올해 유행어는… ‘나야 나’· ‘내 마음 속에 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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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핏’· ‘그뤠잇’ 널리 쓰여
‘1코노미’ · ‘탕진잼’신조어도
‘야민정음’ 한글파괴 두드러져

유행어는 시대를 대변한다. ‘백세인생’이 인기를 끌던 2015년에는 “~전해라”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됐고, 2016년 대중은 말끝마다 “뭣이 중헌디!”(영화 ‘곡성’)를 외쳤다. 그렇다면 2017년은 어떤 유행어로 기억될까?

올해도 대중문화 콘텐츠는 끊임없이 유행어를 양산했다.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며 보이그룹 워너원 신드롬을 가져온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는 “나야 나”와 “내 마음 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이 표현이 낯선 장년층은 10~20대 자녀 중 이 표현을 모르는 이가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법하다.

날로 악화되는 서민 경제와 이런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는 상반된 유행어를 낳았다. 종합편성채널 JTBC ‘효리네 민박’을 비롯해 여행을 소재 삼은 일련의 예능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열풍을 가져왔다. 이와 함께 ‘나 혼자 산다’는 1인가구 증가와 더불어 이코노미에 빗댄 ‘1코노미’라는 단어와 ‘탕진잼’(돈쓰는 재미), ‘스몰 럭셔리’ 등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한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욜로족(族)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던 이들은 방송인 김생민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소비에 “스튜핏!”을 절약 하는 습관에 “그뤠잇~”을 외친 김생민은 2017년 하반기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였고, 그 인기를 기반으로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에서 시작된 ‘김생민의 영수증’(왼쪽 사진)은 KBS에 정규 편성됐다. 김생민이 인터넷 방송이 낳은 스타라면, 인터넷 방송이 배출한 최고의 유행어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을 때 쓰는 표현인 “이거 실화냐?”였다. 이 표현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자막으로 쓰이며 인구에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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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유행어도 있었다. 급식먹는 학생들이 쓴다는 일명 ‘급식체’와 ‘야민정음’(특정 사이트 야구 관련 모임에서 자주 쓰는 가짜 훈민정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tvN ‘SNL코리아’(오른쪽)의 코너로도 제작됐다. ‘ㅇㅈ’(인정), ‘ㅂㅂㅂㄱ’(반박불가) 같은 초성 대화, ‘~각이다’(~하는 상황이다), ‘지리다·오지다·쩐다’(대단하다, 놀랍다) 등의 신조어를 넘어 ‘띵작’(명작), ‘커엽다’(귀엽다) 같이 표준어를 비슷한 모양을 가진 단어로 대체해 쓰는 야민정음은 심각한 한글 파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드라마나 영화 속 명대사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유행했다. 상반기에는 tvN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인 “모든 날이 좋았다”와 “몹시 ~하군” 등이 인기를 끌었고, 하반기에는 영화 ‘범죄도시’의 주인공 장첸(윤계상)의 대사 “왜 아이 받니”와 “혼자야?” 등이 화제였다.

이 유행어를 활용하자면 “욜로를 즐기고 싶은 마음을 저~장한 채 살아온 모든 날이 몹시 좋았다면 그뤠잇, 띵작 같은 단어를 오지게 쓰지 말라는 충고를 아이 받는 사람은 나야 나라고 외쳤다면 스튜핏” 정도로 2017년을 정리할 수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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