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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 61장 서유기 - 27

기사입력 | 2017-12-22 11:11

다음 날 오전, 호텔로 돌아온 서동수가 마르코의 전화를 받았다. 오전 10시 반이다. 인사를 마친 마르코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형제, 지금 들었는데. 마리한테 돈을 주었나?”

“그런데 왜?”

서동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 것도 조사했어?”

“아냐, 마리가 제 입으로 말했어.”

마르코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형제한테 미리 주의를 주는 건데 잊어 먹었어.”

“무슨 말이야?”

“돈을 주지 말라는 말.”

“왜 그러는데?”

“1만 불이나 주었다면서?”

“내가 현금은 그것밖에 인출이 안 되어서, 그 이상은 어렵거든.”

이번에는 마르코가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더니 물었다.

“혹시 마리가 곧 결혼을 한다든가 애인하고 동거한다는 말을 하지 않던가? 또는 애인하고 헤어진다든지.”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든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글쎄…….”

“그것이 요즘 애들이 자주 쓰는 사연이야. 애인을 강조하면서 상대남에게 죄책감 내지는 부담감을 주는 거지. 그럼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게 되고.”

“…….”

“마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어?”

“애인하고 런던에서 동거할 것이라고 하더구먼.”

“과연.”

짧게 웃은 마르코가 말을 이었다.

“런던에 가는 건 맞아. 하지만 애인은 없어. 그놈이 형제의 감성을 자극했군.”

“괜찮은 애야.”

서동수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놈의 감성 작전에 넘어간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놈이 소멸되어 가던 내 감성을 끄집어내 주었거든. 상을 줘야 돼.”

“있으니까 하는 소리지.”

“글쎄, 속지 않는 인생은 참으로 삭막하다니까 그러네.”

“어쨌든 형제, 채굴권은 주는 거지?”

“다음 달에 계약하러 와.”

“고맙네.”

“내가 내일 떠날 텐데 마리를 보내.”

“그러지.”

마르코가 다시 웃고 나서 대답했다.

“오늘은 어떻게 감성을 자극할지 예상해보게. 나는 모른 척할 테니까.”

“이게 사는 재미야, 마르코. 고마워.”

“가만 생각하니까 형제가 제대로 사는 거야. 내가 고맙지.”

전화기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탁자 위의 시계를 보았다. 이스탄불은 낮 12시 40분이 되어갈 것이다. 하선옥은 이스탄불을 관광 중이다. 전화기를 든 서동수가 버튼을 누르자 곧 하선옥이 응답했다.

“여보, 거기 로마야?”

“응, 그래. 지금 관광 중이야?”

“아니, 점심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왔어.”

“다 잘 있지?”

“그럼.”

하선옥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언니가 물에 던져진 고기처럼 변했어.”

물을 먹었기 때문이지. 그렇게 입속말을 한 서동수가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내 안부 전하고 건강 조심해.”

“자기도 쓸데없는 짓 말고. 거기선 여자 조심해야 된대.”

“난 그럴 여유도 없고 나한테는 여자 소개시켜 주는 사람도 없어.”

오늘은 마리를 호텔 방으로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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