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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 男 대회전 정상 올라
왼쪽 발목 부상 빠르게 회복
“지금처럼 즐기면서 타겠다”

마르셀 히르셔(28·오스트리아·사진)의 금빛 질주가 멈출 줄 모른다.

히르셔는 18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알타 바디아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에서 2분 25초 42로 정상에 올랐다. 히르셔는 올 시즌 5차례 월드컵에서 무려 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독주 채비를 갖췄다.

히르셔는 오스트리아의 알파인스키 영웅.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월드컵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고, 올 시즌도 랭킹포인트 374점을 적립해 악셀 룬 스비날(35·노르웨이)과 공동 선두를 이루고 있다. 히르셔는 2007년 18세의 나이로 월드컵 무대에 데뷔해 지금까지 48승을 거뒀다. 주 종목은 대회전과 회전. 월드컵 48승 중 대회전에서 24승(50.0%), 회전에서 21승(43.8%)을 챙겼다. 이날 24번째 대회전 우승을 차지한 히르셔는 라이벌인 테드 리게티(33·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대 공동 2위. 히르셔보다 대회전 우승이 많은 건 은퇴한 잉에마르 스텐마크(46회·스웨덴)가 유일하다. 히르셔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히르셔는 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다. 언제나 ‘금메달 0순위’로 평가됐지만,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회전 5위와 대회전 4위에 그쳤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데 만족했고 대회전에선 4위에 머물렀다. 특히 대회전에선 리게티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히르셔에겐 평창동계올림픽이 명예회복의 기회인 셈.

히르셔는 지난 8월 오스트리아에서 훈련하다 스키가 기문에 걸린 탓에 균형을 잃고 넘어져 왼쪽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히르셔는 최소 6주 진단을 받고 훈련을 중단했다.

그는 그러나 강력한 재활 의지를 드러냈고 지난달 핀란드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복귀전에서 17위(회전)에 그쳤지만, 히르셔는 “감각을 되찾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이후 무서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히르셔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통한다. 예정보다 빨리 재활을 마치고 슬로프로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 특히 그는 카약을 즐기는 데 실력이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히르셔는 재활 기간 왼발에 붕대를 한 채 보트에 올라 휴식을 즐기는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히르셔는 또 모터바이크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직접 타는 것뿐 아니라 X게임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 응원을 펼친다. 히르셔는 “모터바이크의 굉음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히르셔는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부상도 찾아오고, 스키에 흥미를 잃을 때도 있는 법”이라며 “그러나 가장 빠르게 결승점을 통과할 때의 짜릿함을 느끼고 싶었고 그 힘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히르셔는 또 “평창동계올림픽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