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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6) 61장 서유기 - 19

기사입력 | 2017-12-12 08:21

룩소르(Luxor), 기원전 21세기, 그러니까 4100년 전에 이집트 왕조의 수도였던 이곳은 이집트 제1의 관광명소다. 신전, 왕가의 골짜기 등을 둘러보면서 서동수는 번성했던 이집트보다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세월이 흐르면 다 변하는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룩소르 서쪽, 나일강 건너편 네크로폴리스의 황무지에 서서 서동수가 일생의 영화는 일장춘몽이며 인간은 한 줌의 먼지보다 못한 미물임을 깨닫는다. 네크로폴리스, 이 근처는 죽은 자들의 도시였다. 강 건너편의 룩소르는 산 사람들의 도시였고 그것은 엄격히 구분되었다. 서동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위쪽 왕가의 골짜기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고 있다. 하선옥 일행도 안내원을 따라 먼저 그쪽으로 간 것이다. 서동수가 옆에 선 김기철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우리만 먼저 떠나기로 하지.”

“예, 회장님.”

“로마에 가서 마르코를 만나고 서울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늘어졌던 김기철의 몸에 생기가 일어났다. 뒤쪽에 있던 비서들을 부른 김기철이 그쪽으로 다가갔을 때 서동수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앞쪽 바위 옆에 하영옥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도 헛것을 본 터라 서동수는 심호흡을 세 번이나 하고 나서 눈도 여러 번 깜빡였다. 덥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불모지의 복판, 죽은 자들의 땅에 서서 또 헛것을 보는가? 그때 하영옥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거리는 10m 정도, 그 순간 서동수는 더위 속에서도 온몸에 소름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하영옥의 발목에 손바닥만 한 파스가 붙어 있는 것이다. 아침에 오렌지 주스를 잔에 따를 적에 붙어 있던 파스다. 내가 더위를 먹었는가? 아니면 죽은 자들의 도시에서 진짜 귀신을 보고 있는가? 서동수는 하영옥에게로 다가갔다.

“골짜기 안 갑니까?”

다가선 서동수가 묻자 하영옥이 손바닥으로 얼굴에 바람을 보내면서 대답했다.

“더워서 가다가 돌아왔어요.”

“근데 내가 더위 먹었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서동수가 열심히 말을 이었다.

“정상위로 시작했다가 후배위로 끝내 달라고 한 것 맞아요?”

“네?”

서동수가 하영옥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어젯밤 발목을 쥐고 함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증거가 바로 파스다. 오늘 아침이 꿈이라면 좋다. 죽은 자의 도시에서 귀신끼리 한 번 붙자꾸나. 서동수가 다시 물었다.

“정상위는 세고 거칠게 해달라고 했지요? 오늘 밤에 말입니다.”

“…….”

“어젯밤에는 늘어졌다가 오늘 아침에 내 생각하면서 둘째 손가락으로 자위했다고 했지요?”

서동수가 제 둘째 손가락을 내밀었다.

“손가락을 넣자마자 금방 터졌다면서요?”

그때 하영옥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여기서 해줘요. 나, 지금 흘러요.”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주위부터 둘러보았다. 뒤쪽에서 김기철이 비서들과 이야기 중이다. 서동수가 옆쪽 바위를 훑어보며 말했다.

“여기선 안 되고, 그럼 먼저 호텔로 돌아갈까?”

머리를 들자 서동수는 하영옥이 사라진 것을 보았다. 역시 이곳은 귀신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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