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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스크린 달군 ‘실버파워’

최근작 주연배우 평균 70.6세
탄탄한 연기력· 연륜으로 승부
중장년층 비중 5.3% → 20%로

2017년 충무로의 키워드 중 하나는 ‘노풍당당’(老風堂堂)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왼쪽 사진)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나문희가 각종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고두심, 백윤식 등 장년층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올해 노풍의 시작은 ‘옥자’(감독 봉준호)의 변희봉이었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그는 ‘괴물’, ‘플란다스의 개’에 이어 또 다시 봉 감독과 손잡고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나문희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데 이어 지난 9일 개봉된 ‘채비’(감독 조영준)의 고두심, 29일 개봉하는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오른쪽)의 백윤식 등이 주연작으로 승부를 건다. 최근 주인공으로 나선 노배우들의 평균 나이는 70.6세. 이미 고희를 넘겼지만 이들은 탄탄한 연기력과 연륜을 바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25일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늙은 나문희에게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며 “나의 친구 할머니들, 저 상 받았어요. 여러분들도 열심히 하셔서 그 자리에서 상 받으실 바랍니다”라는 나문희 수상 소감은 큰 울림을 줬다.

영화계의 실버 파워는 중장년층 관객이 힘을 실어주며 배가되는 모양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장년층 관객수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7년 5.3%(이하 CGV 회원 티켓수 기준)에 머물렀던 중장년층 비중은 2010년 1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0%까지 치솟았다.

또한 지난해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4.7회인 반면 중장년층은 5.05회였다. 평균 발권 수 역시 2016년 기준으로 중장년층은 2.16장으로 젊은층(2.01장)에 앞섰다. 중장년층의 영화 관람 횟수가 크게 늘었고, 여러 명이 함께 영화 관람을 즐기기 때문에 평균 발권 수도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장년 관객들이 그들의 청춘을 함께 했던 아이콘이 출연하는 영화를 보려 기꺼이 지갑을 여는 셈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영화 제작자들도 연기력 뛰어나고, 지명도 높은 노배우들을 섭외하려는 욕구가 커졌다. 배우 섭외의 바로미터인 티켓 파워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 중견 영화 제작자는 “할리우드에서는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알 파치노 등 노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자주 제작되는 반면 충무로는 젊은층에게 티켓 파워가 강한 30~40대 배우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최근 나문희, 윤여정, 백윤식 등 웬만한 젊은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노배우들이 등장하며 이들을 활용해 다양한 영화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