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는 ‘행정해석 폐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면서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로 행정해석 폐기에 나설 경우 기업들이 ‘완충 장치’를 마련하기도 전에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곧바로 발생, 큰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23일 정치권 안팎에서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1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토요일·일요일 8시간씩 총 16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2009년 9월 정부의 행정해석을 폐기·수정해서라도 현 ‘최장 주 68시간’인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입법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은 유예기간을 둘 수 있어 중소업체나 영세상공업자들에게 일종의 ‘준비 시간’을 줄 수 있는 반면, 행정해석 폐기는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