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뒷북·내로남불” 일제 비판
“靑 인사검증라인 쇄신이 우선”

청와대가 7대 인사 배제 기준을 발표한 데 대해 야당이 23일 일제히 비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뒷북이자, 또 하나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대선 공약 준수와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의 인적 쇄신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5대 원칙도 못 지키면서 7대 약속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라며 “대통령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대국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조각이 끝나니까 7대 원칙을 발표한 것을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성범죄, 음주운전과 관련된 7대 공직 배제 기준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중 성범죄, 음주운전을 제외한 5대 비리에 대해 공직 원천 배제 기준을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후 공직 배제기준 마련 과정에서 대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야당에도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인사 배제 기준은 대선 공약에 비해 크게 완화됐다.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은 특정 시점 이후만을 문제 삼기로 했고, 명백한 실정법 위반만을 배제의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은 공직 후보자들이 논란이 되는 위장전입의 경우 국무위원급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를 기준 시점으로 정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배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임명된 인사들이 걸리지 않게 사후 면죄부 기준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 교수는 “기존 인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기준을 발표하는 것보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에서 벗어난 포용 인사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채·김윤희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