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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지게부대 영웅’, 66년 만에 가족 품으로

정충신 기자 | 2017-11-23 15:15

非군인 첫 신원확인 김아귀 씨
플라스틱 숟가락과 함께 ‘귀환’
78세 아들 “모실 수 있어 감격”


6·25전쟁 당시 지게에 보급품을 실어나르며 전장의 병사들을 지원했던 숨은 영웅 ‘지게부대’ 출신 부대원의 유해가 처음으로 확인돼 66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23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비군인 참전자 중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지게부대 출신 김아귀 씨의 유해 귀환 행사를 김 씨 아들이 사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에서 가졌다고 밝혔다. 고인의 유해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신원이 확인됐다. 슬하에 3남 3녀를 둔 김 씨는 1951년 5월 40세의 나이에 노무사단 제5009부대(103사단 109연대)로 배치돼 참전했다. 당시 지게 부대원들은 험준한 최전방까지 탄약과 식량을 나르기 위해 운반수단으로 지게를 사용했다. 유엔군은 이들이 보급품을 나르는데 쓰는 지게가 알파벳 ‘A’자와 닮았다며 ‘A형 부대(A Frame Army)’라고 불렀다. 지게부대는 35∼45세의 민간인이 주축이었는데 10대 소년과 60대 노인도 참여했다. 휴전 때까지 참전했던 지게부대원 숫자만 1만3000여 명, 확인된 희생자만 8794명에 이른다. 그러나 군번이나 계급장 없이 참전했던 탓에 주목받지 못하다 최근 6·25전쟁의 숨은 영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김 씨의 유해는 2010년 10월과 2012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강원 양구군 동면 월운리 수리봉 일대에서 플라스틱 숟가락과 정체불명의 비닐 등 유품(사진)과 함께 발굴됐다. 고인은 1951년 10월 수리봉 일대에서 벌어진 피의 능선 전투와 단장의 능선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원을 확인할 단서가 발굴되지 않았고, 유전자 샘플도 일치하는 시료가 없어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유단은 발굴지역 비군인 실종처리 전사자 병적, 전사망 확인서 발행 대장 등을 추적해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아들 두 사람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10월 26일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고인의 아들 김학모(78) 씨는 “전쟁 후 어렵게 살면서도 아버지 전사확인증을 받기 위해 육군본부, 대구지방병무청 등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며 “아버지의 유해를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제라도 모실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시다가 97세이던 2010년 작고하셨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이학기 국유단장은 “이번 민간인 참전자로는 최초로 신원을 확인한 것을 계기로 비군인 전사·실종자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하루빨리 가족의 품에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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