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합리적 보호방안 대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보험설계사에 대한 노동 3권·4대 사회보험법 적용 문제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보라 의원실 제공

- 금융업 특수고용직 보호 해법은… <上>

조회 참석 의무 없는 설계사들
현행법상 근로자 아닌 사업자
인권위는 “노동3권 필요” 권고

法개정 적용땐 되레 毒 될 우려
저성과 설계사 대량해고 가능성
고성과자들은 영업 방해만 받아

전문가들 “약자보호 취지 살려
특수고용 직종별 단계 적용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 3권 및 4대 사회보험법 적용 문제를 싸고 보험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노·사·정 및 민간 전문가들이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 적용의 현실화를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가 법 적용을 현실화한다면 저(低)성과 보험설계사에 대한 대량 해고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어 간단치 않은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선의의 정책이 자칫 뜻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2회에 걸쳐 보험설계사의 노동 3권 및 4대 사회보험법 적용 문제가 낳을 수 있는 폐단을 점검해 보고 예기치 않은 피해자 양산을 막을 방안을 모색한다.

◇보험설계사 법적 지위가 논란의 핵심 = 특수고용노동자인 보험설계사에 대한 기본권 보장 논란은 보험설계사를 어떤 법적 지위로 볼 것이냐, 즉 근로자로 볼 것이냐, 아니면 사업자로 볼 것이냐에서 출발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직군을 뜻한다. 보험설계사도 그중 하나다.

현재 노동 3권 등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쪽에선 인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보험회사에 의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한 만큼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말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에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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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까지 대법원 판례, 행정해석 및 노동위원회 모두 일관되게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실제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서 소득세법상 사업소득자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다. 시장 진·출입에 제약이 없고 35개 보험사, 4509개 대리점 중 활동할 회사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동할 수 있는 프리랜서의 성격이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대법원은 “(보험설계사는) 조회나 석회에 참석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임의로 이탈할 수 있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체결된 보험 계약액, 수금액 등 실적에 따라 지급항목 및 지급액이 결정되는 수당을 받는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보험설계사 직업의 특수성 논란 = 현재 국회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보험료징수법, 노동조합법, 국민연금법 등의 개정안 형식으로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복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과 같이 개인의 능력에 따라 고소득이 가능한 직종에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평균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다른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 역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 2015년 고용부 고시기준에 따르면 생명보험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262만 원, 손해보험설계사는 218만 원이었다. 이는 퀵서비스 기사(145만 원), 대리운전 기사(175만 원), 학습지 교사(168만 원) 등 다른 특수고용노동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보험업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6년 업무보고서에서도 생보사 설계사와 손보사 설계사의 월 소득은 각각 317만 원, 254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법으로 강제하면 고용주들의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낮아진다”며 “보호를 강제하려다가 그들의 직장을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규성 협성대 금융보험학 교수도 “개별 직종별로 보호의 필요성, 근로 특성, 급여체계 및 소득 수준, 당사자 의사 등을 검토해 도입 필요성이 높은 직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