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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불안감에… 2000억 들인 담수화시설 ‘3년째 낮잠’

김기현 기자 | 2017-11-23 11:39

- 부산 기장 시설 무용지물

‘日 4만5000t’ 낙동강水 대체
기존 수돗물보다도 품질 우수
시민단체 반대로 공방 장기화
유지비용만 벌써 100억 손실


국책 사업으로 지정돼 2000억 원가량이 투입된 국내 최대 규모의 ‘부산기장 해수담수화시설’(사진)이 완공 3년이 지나도록 본격 가동을 못 하고 있다. 하루 4만5000t의 수돗물을 생산해 부산 기장군 등 주민 10만여 명에게 공급하려 했지만 일부 주민 및 시민환경단체의 반대로 가동이 계속 연기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했다.

이 같은 반대는 수질 정밀측정결과 등 과학적 검증 없이 ‘고리원전 인근 해수에서 취수한 물’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순수 유지비용만 연간 10억 원씩에다 시험생산 등 전체 관리비용을 합하면 벌써 3년간 1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해수담수화 시설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광주과학기술원, 부산시, 두산중공업 등이 1954억 원을 들여 5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 2014년 10월 기장군 대변항에 건립했다. 최첨단 역삼투압 정수방식을 사용하는 이 시설은 전국 최악 수질의 낙동강 하류 원수를 사용하는 부산 상수원을 개선하고, 이 분야 우수 기술 수출까지 고려한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완공 이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부 주민이 “고리원전에서 11.3㎞ 떨어진 곳에서 취수해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능 오염 우려로 불안해서 먹을 수 없다”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시는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세계 최고 공인 검사 기관인 미국국제위생재단(NSF) 등 국내외 8개 전문기관에 수질 검사를 의뢰해 무려 410회에 걸쳐 수질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방사성 물질 71종을 포함, 261개 모든 항목에서 기준을 통과했다. 미세 방사능 위해 물질은 모두 검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일반 수돗물보다 우수했다.

그러나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주민투표 결과 등을 제시하며 여전히 반대했다. 시는 2016년부터 병입수돗물(병당 350㎖)로만 생산해 관공서의 각종 행사나 민간단체의 요청이 있을 때 무료 배부를 통해 안전성을 알리고 있다. 시는 최근 기장군 일부 산업단지와 고리원전 등에 이 수돗물을 공급하기로 했다가 노동자 단체 등의 반발로 다시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 여당 의원과 종편방송에서 “공업용수로도 못쓰게 된 물을 장애인·노인·학생 등에게 배포했다”는 주장과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이 “명백한 사실 왜곡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시민 박 모(54) 씨는 “국책사업의 혈세가 낭비돼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전국의 섬 지역 등 100여 곳에서 담수화 수돗물을 먹고 있는데 유독 부산만 문제가 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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