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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측에 대체시험장 설치
학부모 ‘관내 시험’ 의견 반영

당일 피해우려땐 교실밖 대피
영천·경산 등 예비시험장으로

정부 “오늘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가 20일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운영방안을 보면 일단 포항 지역 수능 시험장 12개 학교(지진 피해가 없는 울진고, 영덕고 제외)에 대한 정밀 점검 결과, 12개 학교 모두 구조적 위험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정부는 그러나 수험생과 학부모 불안을 감안해 진원지에 가깝고 피해가 비교적 큰 포항 북측 4개 시험장(포항고, 포항여고, 대동고, 장성고)에 대해서는 남측 지역에 대체시험장을 마련해 운용키로 했다. 대체시험장은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 4개교다. 애초 포항고 등 기존 4개 시험장에서는 포항 지역 수험생 6098명 중 2045명이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

다만, 시험장 입실 시간 이전에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수험생들은 포항 관외에 마련된 12개 예비시험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포항 현장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이 포항 관외로 이동할 경우 상당한 애로가 있음을 호소하면서 포항 관내에서 시험을 치르기를 희망한 것을 고려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수능 당일 지진 발생 행동요령에 따르면 가·나·다 3단계로 나눠 조치가 이뤄진다. ‘가’ 단계는 진동이 경미해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 치르는 경우이고, ‘나’ 단계는 진동이 느껴지지만, 안전은 크게 위협받지 않은 수준으로 시험을 일시 중지하고 책상 아래로 대피한 뒤 안전에 이상이 없으면 시험을 재개한다. ‘다’ 단계가 심각한데,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험생은 상황을 확인하고 운동장 등 교실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은 전적으로 학교장 등 시험장 책임자와 시험실 감독관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수능 당일 지진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규모 3이 넘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수능 당일인 23일 강력한 여진이 발생해 시험장 현장이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의 경우이지만, 수능 당일 시험장에 규모 4.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해 학생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수험생의 안전은 물론이고, 대피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행위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하는가도 문제다. 대피장소에서 수험생들끼리 출제 문제에 대한 정답 논의가 오갈 수 있고, 정신적인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며 재시험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부에서는 차제에 난이도 조절과 재시험이 쉬운 문제은행식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지진 피해를 당한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의원들도 포항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1인당 10만 원의 세비를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 이날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단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의원들이 1인당 10만 원의 세비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대환·정유진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