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복지보다 급한 耐震 SOC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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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 경제학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는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보다 훨씬 심했다. 당장 포항 지역의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1주일 연기됐다. 60여 명이 다치고 1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많은 건물이 붕괴했다. 긴급 재난문자는 23초 만에 발송됐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체제는 11년간의 논란 끝에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돼 추진됐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8분 뒤에야 발송됐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40억 원을 우선 집행하는 등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공무원들도 향후 국민 안전을 위해 비상근무를 할 것이다. 그리고 무료 심리상담 제공, 국민 행동요령 홍보 강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고 지진 피해가 방지될까. 문자를 빨리 받는다고 지진을 피할 수 있는가. 또, 주민들이 피해 있는 시설은 안전한가. 내진(耐震) 시공이 미흡한 건물들에 대한 대책이 없는 지진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 현 상황에선 지진으로 학교 건물이나 댐이 붕괴해도 속수무책이다. 안전하게 대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진을 대비한 보험에 가입한 사람도 별로 없다. 보여주기 정책으론 지진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반면, 이번 규모 5.4의 지진 발생에도 인근의 원자력발전소들은 정지나 출력 감소 없이 안전했다. 일부 정치권에서 원전의 지진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불안하다고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내진 성능을 강화해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연차 계획을 세워 각종 시설의 내진 성능을 강화해 나간다. 백 년 된 건물도 그렇게 강화해서 지키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2017년 약 3조3000억 원을 사용했으나, 가뭄 대책, 사업장 산재 대책, 가축전염병 예방 등에 예산을 집행하는 데에도 역부족이다. 여력이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5년간 매년 3만4800명의 공무원을 증원할 경우 30년간 약 328조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예산을 장기적인 재해 방지 대책을 세우는 데 쓴다면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2018년 예산안에서 재해위험지역 정비사업에는 149억 원만 증액했다. 반면, 남북경협기반 조성을 위한 무상 지원사업은 1091억 원이나 증액했다. 결국,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다. 포항 지진으로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정부는 긴급 지진 대책을 위한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공무원 증원사업보다 포항지역 지진대책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부서진 건물에 대한 긴급 복구 작업을 지원해야 한다. 심리 상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변화다.

그리고 재해 방지 종합계획에 따라 전 국토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주요 시설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고 재해 방지와 안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 노후한 가스관과 수도관을 교체하고, 각종 시설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투자가 절실하다. 청년수당보다는 학교의 내진 성능 강화가 더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시험대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나 선심성 복지에 국민의 혈세를 쓴다는 비판이 있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도 안전 강화를 위한 SOC 투자를 외면한다면, 국민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재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수립하길 기대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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