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언니 박윤정 1992년 美 입양
이듬해 동생 한나 태어나
함께 아이스하키 선수로 자라

언니는 한국 대표로, 동생은 미국 대표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자매의 꿈이 영글고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수비수 박윤정(25·미국명 마리사 브렌트·사진 오른쪽)과 미국 대표 발탁이 유력한 동생 한나(24·왼쪽)가 주인공. 미국 스포츠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16일(한국시간) 박윤정 자매를 소개하는 등 미국에서도 관심이 높다.

박윤정은 1992년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4개월 만에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됐다. 이듬해 한나가 태어났고 둘은 나란히 붙은 유모차를 타며 어려서부터 취미와 관심을 공유했다. 자매는 춤, 피겨스케이팅, 체조에 이어 아이스하키까지 함께하며 각별한 사이가 됐다. 박윤정이 자란 미네소타는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최고인 곳. 미네소타에서 대학교까지 스틱을 잡았던 박윤정은 2015년 한국 대표팀에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아 지원했고 이듬해 한국 대표팀에 발탁됐다.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던 박윤정은 이제 한국인이 다 됐다. 지난 4월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 대회(4부)에서 우승해 애국가가 울리며 태극기가 게양될 때 한국인임을 느꼈다. 박윤정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이것이 내가 찾아야 할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생 한나는 아이스하키 명문인 미네소타대를 나와 현재는 세미 프로팀에서 뛰고 있다. 이번 주 초에 열린 4개국 컵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 공격수로 2골을 넣는 활약을 펼치며 최종 엔트리 발탁을 눈앞에 뒀다. 한나는 올해 4월 IIHF 여자 세계선수권에도 미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대회 수준 차는 있지만 자매가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한 것.

양부모는 박윤정을 자랑스러워한다. 지난 9월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 때는 박윤정의 경기를 모두 현장을 찾아 응원했고 동료들을 집으로 초청해 식사도 대접했다. 박윤정과 대표팀이 박윤정의 고향인 바다니스 헤이츠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해 줬다. 박윤정과 한나 역시 여전히 둘도 없는 사이다. 상대방의 경기를 챙겨보고 자주 영상통화로 수다를 떨며 의견을 교환한다. 한나는 언니와 함께 언니가 태어난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함께 개회식에 참석하고, 올림픽선수촌에서 식사하며 쇼핑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박윤정은 G-100일 미디어데이에서 “동생과의 맞대결은 성사되기 쉽지 않지만, 만약 동생과 내가 올림픽에서 서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면 부모님께서 누굴 응원할지에 대해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박윤정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나와 대결을 한다면 한국 대표팀은 기적을 쓴 것이 된다. 캐나다와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 최강인 미국은 A조 2위 내에 들어 4강 진출이 확실하지만, 한국은 1승 달성도 쉽지 않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