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오는 23일로 1주일 연기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진앙이 위치한 포항 지역 수능 응시자는 전체 59만 3527명의 1% 수준인 6098명이지만, 지진 사태로 이들의 안전이 위협 받아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수능시험장 14곳 중 10곳에서 건물 벽 균열 등이 발견되고, 지금도 여진(餘震)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시험일을 불과 4시간여 앞두고, 시험 시작을 12시간여 앞둔 밤 시간에 전격적으로 결정되는 바람에 응시자와 가족들의 충격은 물론 수능 및 수능 직후에 진행될 논술과 수시 응시자 면접 등 대입(大入) 전반에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입 전형은 사소한 문제로도 집단 소송이 제기되는 등 극도의 민감성을 갖고 있다. 정부와 각 대학은 시비(是非)가 없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85곳의 시험지구별로 보관 중인 시험지의 보안이 중요하다. 관련 당국은 유출이나 도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출제 위원과 인쇄소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6일 수능을 전제로 각 대학은 이번 주말부터 수시 응시자 등을 상대로 논술 시험과 면접을 예정하고 있었다. 이런 일정도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보이는데, 논술 문제와 면접 질문 등의 보안도 필요하다.

시험일에 맞춰 모든 에너지를 쏟아온 수험생들의 당혹감도 이해해야 한다. “결승선 앞에서 멈춰선 기분” “삼수하는 느낌” 등의 불만은 당연하다. ‘멘붕’ 상태에 빠지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1주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 당국, 가족 등 주변에서 격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