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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늘 한계 느낀다” 31년차 여배우의 고민

김구철 기자 | 2017-11-14 10:03


■ 영화 ‘미옥’ 원톱 주연

범죄조직 2인자로 첫 액션 연기
“내 역할 표현안될 땐 죽고 싶다
배우는 그런상황 피할 수 없어”


“‘이렇게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못해내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그래도 털어내고 다시 해야죠.”

연기 경력 31년 차에 접어든 배우 김혜수(사진)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을 통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인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느끼는 것들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나’라는 고민을 하며 자괴감이 든다”며 “촬영 현장에서도,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도 늘 한계를 대면한다. 그건 내성이 안 생기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내가 좀 느리다. 20대에 10대 고민을 하고, 30대가 돼서 20대 때 일들을 되짚었다”며 “어릴 때는 깊이 고민하는 법을 몰라서 깊은 걸 요구해도 그 지점까지 갈 수 없었다. 내가 취약한 점이 많다는 걸 잘 알지만 열심히 해보고, 설사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견뎌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쉰 후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액면 그대로 구체화 된 것을 쫓아가기도 벅찼어요. 하지만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제가 할 역할이 뭔지 확실히 알아요. 그러면서도 제가 아는 것과 해내는 것의 간극을 느끼며 괴로워요. 집중하고 있어도 안 될 때는 딱 죽고 싶어요. 그런 상황을 교묘하게 피해갈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배우는 그런 직업이니까요. 제가 감정을 얼마나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느냐의 문제죠. 그래도 주어진 고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답에 근접해가긴 하겠죠.”

김혜수를 원톱으로 내세운 누아르 영화 ‘미옥’은 범죄조직을 유력 기업으로 ‘세탁’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2인자인 나현정(김혜수)과 현정을 사랑하는 조직의 해결사 상훈(이선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후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쓰는 비리 검사 최대식(이희준) 등이 벌이는 물고 물리는 대결을 그렸다. 이 영화는 개봉 후 5일 동안 2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개봉 전에 이뤄졌다. 그에게 “연기는 좋았는데 맥락 없이 흐르는 이야기가 아쉽다”는 말을 건네자 “보신 분들의 감정이 다 맞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매번 작품을 시작할 때 태도와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의 감정이 일치하질 않아요. 그런 작업이 쉽고 수월한 게 아니에요. 다 끝내고 나서 ‘아 저런 지점이 있었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어요. ‘미옥’도 캐릭터의 감정과 욕망을 얼마나 감추고 얼마나 드러내야 하는지 수위조절이 힘들었어요. 시나리오 보면서 준비했지만 촬영을 앞두고 ‘이게 맞나’ 싶기도 했어요.”

그에게 “어떤 배우로, 어떤 자연인으로 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모르겠어요. 저는 미래를 계획하지 않고, 그때그때 충실하게 살아요. 조카와 시간을 보낼 때는 조카에게 충실하고, 멍청하게 있기로 했으면 거기에 충실해요.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 나온 ‘왜 태어나서 왜 아파하면서 살아야 하지’라는 대사가 가끔 생각이 나요. 삶에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는 게 더 많잖아요. 저는 큰일이 닥치면 대범하게 넘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순해져요. 평소에는 복잡하지만 결정적일 때 단순해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강영호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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