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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협력 모드’ 전환의 본질과 위험

기사입력 | 2017-10-31 12:22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한국과 중국 외교부가 다음 달 초 필리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지난 25일 보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연임과 당대회 개최에 대한 축전에 이어 정상회담까지 예고되면서 사드(THAAD) 문제로 중단됐던 한국 여행과 교류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

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그동안 ‘군사 옵션’ 실행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직접 압박해 왔다. 그런데 지난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기자회견 때에는 ‘외교적 해법을 위해서라도 군사 옵션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다. 북한도 핵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지난 9월 15일 괌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실험 발사 이후 추가 도발은 없었다. 지난주에는 나포했던 우리 어선 ‘391 홍진호’를 엿새 만에 신속하게 송환하기도 했다. 한바탕 소란 뒤에 결국 북한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핵무장에 더 다가서는 악순환이 재현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아직 중국의 변화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중국 지도부는 내달 8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중·미 현안에 대한 미국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에서 한 걸음 비켜섰을 뿐이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와 국가주의 고양을 위한 내부 결속에 활용했던 중·미 갈등 구조로부터 실리를 위한 ‘협력 모드’로의 일시적 전환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2일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 목적으로 북상하던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홍콩 기항을 허용한 데서 이미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계속 비켜 서 있기는 어렵다. 겉보기에 진정 국면에 접어든 사드 문제 역시 완전히 꺼진 불이 아니다. 중국은 끊임없이 한·미 군사동맹에서 ‘중국 견제’ 기능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고, 북한 카드를 활용할 것이다. 미국 역시 경제 제재와 군사 옵션을 두 손에 잡은 채로 ‘외교적 해결’의 명분을 위해 북한과 접촉한다 한들, 핵무기 실전 배치를 몽매난망(夢寐難忘)이라는 북한의 속내까지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나름대로 정한 대북 압박과 긴장 완화 정책의 한계선 사이를 전략적으로 오가며 국익을 도모한다. 중·러의 반발과 한국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로 미국의 ‘군사 옵션’ 실행은 넘기 어려운 대북 정책 상한선이다. 북핵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 여건을 미국이 주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정책 하한선도 가진다. 북한과 중·러의 호응 유도를 위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잠정 중단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란 게 그 예다.

미국은 북핵 저지를 위한 군사적 압박 수단이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미 군사력 증강 및 중국 견제 전략과 중첩 기능을 가진다는 점을 활용한다. 중·러 양국도 한반도 정책의 한계성을 보인다. 이들은 유엔 제재나 미국의 대북 압박을 적극적으로 막진 않지만, 북한 변화에 결정적인 독자 제재는 ‘민생용’을 핑계로 반대한다. 또,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구체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 중·러는 북한 문제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응한 카드로 중시한다.

설사 중국이 한·중 관계 회복의 신호를 보이거나, 미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서 미·중 협력을 강조하는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쏟아내더라도, 중·미 양국 모두 한반도 상황을 활용한 국익 추구의 경쟁 틀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경쟁 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북핵 위기의 소강상태는 북한에 핵무기 실전 배치를 위한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 미·중의 전략 경쟁으로 인한 한반도의 현상 유지 상황을 타파하고, 대북 정책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전략적으로 깨어나야 한다.

난마같이 얽힌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은 외교·안보와 남북한 관계, 그리고 국익을 다층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전략 수단을 배제한 ‘올인’ 방식으로 스스로 전략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중·미의 ‘현란한’ 전략 행보에 휘둘려서는 결코 북한 문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 경쟁에서 ‘제로섬 게임’ 수단으로 인식하는 한반도 문제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포지티브섬’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한국의 상황 돌파 역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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