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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 Year’의 시간을 가져보자

기사입력 | 2017-10-13 10:53

그녀들의 한판 승부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펼쳐진다. 가을 하늘이 붉게 물드는 날 그날의 영광은 시작됐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최고의 순간 그녀들의 한판 승부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펼쳐진다. 가을 하늘이 붉게 물드는 날 그날의 영광은 시작됐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가을이다. 살아가면서 가을이 되면 대부분 사람은 센티멘털해진다. 빨갛게 물든 나뭇잎을 보면서 갑자기 삶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아름다움이 인간을 철학적으로 변화시킨다. 아름다움은 ‘앎’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아름다움이 모여 있는 가을 골프장은 그래서 더욱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다. 가을이 되면 왜 우리 인간에게 가슴 한편에 뚝뚝 묻어나는 허전함이 생길까.

영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갭이어(Gap Year)’를 즐긴다. 학업과 직장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여행, 봉사, 창업, 진로탐색, 공부를 한다. 삶에 쉼표를 주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바로 깨우치고 고치려 하는 노력일 것이다. 꽉 찼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자연은 발갛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비울 줄 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자연처럼 겸허하지 못해서 철학적 깨달음을 통해 변화하려 한다.

깊어 가는 가을에 우리 골퍼들도 갭이어의 시간을 가져보자.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운동이면서도 가장 모르는 운동이 골프다.

프로 골퍼였던 보비 존스는 “스코어를 속이지 않는 나를 칭찬하는 것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골프를 하면서 수많은 룰을 어기고 스코어를 속여 봤을 것이다. 이 세상에 룰과 스코어를 속이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골퍼는 한 명도 없다. 단, 어느 정도의 차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상습적으로, 뻔뻔하게 룰과 스코어를 속이게 되면 동행한 골퍼들은 불편해진다. 불편함을 떠나 멀리하게 되고 본인만 모르는 공공연한 ‘불량골퍼’가 된다. 라운드 멤버를 짤 때 “A가 오면 안 간다, A가 내 팀이면 안 간다” 하는 등의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A는 그 이유를 잘 모른다.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의도적 합리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이유를 모를 수 있다.

라운드하지 않는 날, 골프를 자주 하는 지인들과 함께 갭이어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골프를 하면서 내가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이고, 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골프만큼 잘못된 것을 지적해주지 못하는 운동도 없다.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하는 운동이다. ‘알을 까거나’ ‘스코어를 속이거나’ ‘동천치기’를 해도 이를 지적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진정 프랜시스 위멧의 말처럼 골프가 멋진 교훈을 주는 게임이 되려면 나의 골프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경청하는 자세로….

이종현 시인(레저신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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