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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 극대화도 홍보 효과도 가격 매기기 나름

김인구 기자 | 2017-10-13 10:37

프라이싱-가격이 모든 것이다 / 헤르만 지몬 지음, 서종민 옮김 / 쌤앤파커스

가격은 시장경제의 중심축이다. 굳이 경제학원론의 수요·공급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것은 가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재화나 서비스를 사고팔면서 효용과 이익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격의 중요성과 원리,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격 결정은 주로 기업이나 판매자의 영역이며, 소비자는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출신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전통적·고전적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치열한 경쟁,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는 방식은 물론, 소비자가 가치를 매기는 방법까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가격 결정에 관한 모든 것을 매우 알기 쉽게 다룬다. 저자가 가격 결정의 매력에 빠지게 된 자전적 에피소드부터 가격 결정의 심리학, 포지셔닝, 의사결정, 그리고 혁신적인 방식들을 다양하면서도 구체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통계와 그래프 등 이론만 늘어놓는 다른 경제학 책과 달리 설명이 귀에 쏙쏙 박힌다. 저자가 설립한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컨설팅 회사인 지몬-쿠허&파트너스의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가격 결정은 제품(또는 서비스)의 구상 단계부터 시작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객 혹은 소비자의 역할도 있다. 소비자로서 당신은 제품의 가치를 이해하고 얼마나 지불할지 결정해야 한다. 가격 결정은 대체로 논리와 과학의 영역으로 비치지만 불확실성과 미스터리도 배제할 수 없다.

2012 런던하계올림픽의 티켓 프로그램은 가장 바람직한 가격 결정 사례다. 런던올림픽조직위 측은 가격을 수익과 이익 창출의 유인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했다. 가장 싼 입장권이 20.12파운드, 가장 비싼 게 2012파운드 등 별도의 설명 없이 숫자 자체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는 ‘나이만큼 지불하기’ 방식을 적용했다. 6세 아동은 6파운드, 16세 청소년은 16파운드를 내면 됐다. 이 가격체계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또 티켓을 세트로 묶어 팔던 관행을 깨고 할인 정책도 없앴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티켓 판매 수익은 당초 목표인 3억7600만 파운드(약 6억2500만 달러)를 넘어 6억6000만 파운드(약 11억 달러)에 달했다.

혁신적 방식들도 있다. ‘사용량만큼 지불하기’는 전 세계 트럭 타이어 시장의 선도기업인 미쉐린이 최초로 도입한 방법이다. 트럭 회사가 타이어를 사는 대신 타이어의 성능을 마일리지 단위로 구매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최근 확산하고 있는 선불요금제, 추가요금제, 이익 지향적 인센티브 시스템 등은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들로 주목받고 있다. 경영자라면 필독, 아니더라도 한 번쯤 살펴볼 만하다.

저자는 “가격이라는 광대한 세계를 탐험하면서 즐거움을 얻기 바라며,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40쪽, 2만5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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