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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等은 비명과 울음 속에서 탄생했다

엄주엽 기자 | 2017-10-13 10:41


불평등의 역사 / 발터 샤이델 지음,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2015년 현재 지구상 최고 부자 62명이 인류의 절반인 하위 35억 명의 개인 순자산을 합친 것만큼 소유하고 있는 극심한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6)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저서 ‘21세기 자본’(2014)에서 지난 3세기 동안 경제적 데이터를 20개국 이상에서 수집,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우위에 있었으며 이것이 불평등의 원인이자 심화과정임을 밝혔다면, 오스트리아의 역사학자인 이 책(2017)의 저자 발터 샤이델(51)은 유사 이래 인류의 풀 수 없는 숙제인 불평등이 극적으로 완화됐던 역사적 순간들을 탐색한다.

출간하자마자 세계 유력 언론들이 리뷰를 다루는 등 논란을 부른 이 책의 원제목은 ‘위대한 레벨러(leveler): 폭력 그리고 불평등의 역사-석기시대부터 21세기까지’다. ‘레벨러’라는 용어는 ‘평등하게 만드는 자(것)’로 옮길 수 있는데, 저자는 그것이 바로 ‘폭력’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석기시대 이래 불평등은 인류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고 본다. 불평등의 증가와 지속은 충적세(沖積世·현생 인류의 지질시대)를 규정하는 특징이었다. 수천 년 동안의 ‘문명’과 ‘안정’은 평화적인 평등화에 적합하지 않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편애했다. 그는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평준화는 예외 없이 가장 강렬한 충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대중동원 전쟁 △변혁적 혁명 △국가 실패(붕괴) △치명적 대유행병 등 네 가지 ‘폭력’이었다. 저자는 이를 성경의 묵시록에 빗대 ‘평준화의 네 기사(騎士)’로 부른다.

예컨대 지난 세기 두 번의 세계대전 시기(1914∼1945)에 선진국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대폭 감소하는 이른바 대압착(大壓搾)이 나타났다. 이 시기 프랑스의 상위 0.01%의 재산 가치는 90% 이상 떨어졌고, 영국은 상위 1%의 비중이 70%에서 50%로 줄었다. 미국의 경우 양차 대전과 그 사이 대공황을 거치며 고소득자 점유율이 세 차례에 걸쳐 하락했다. 1916∼1945년 사이 상위 1%는 총소득에서 차지한 비중의 40%를 잃었고, 상위 0.01%의 소득 점유율은 80% 하락했다. 특히 미국에서 대공황은 소득과 부의 평준화에 전쟁 자체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 저자가 책에서 자주 인용하는 피케티는 “상위 1%의 소득점유율 감소는 전투, 파산, 임대료 통제, 국유화 및 인플레이션에 자본이 시달리면서 비임금 소득이 사라진 데 기인한 것”으로 보며, 그 역시 “20세기에 불평등을 줄인 것은 단연코 전쟁이라는 혼돈”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전쟁은 있었지만, 폭력의 양이 클수록 소득 격차는 더 해소됐다.

다음은 급진적 혁명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극적인 불평등 감소가 뒤따른 곳은 러시아였다. 1917년의 혁명 이후 농장과 은행의 국유화, 노동자평의회의 공장 장악 등 강제 재분배는 이전 프랑스 혁명과 기타 농민 봉기보다 급속한 평준화를 가져왔다. 그에 따른 인명의 희생은 한층 더 충격적이었다. 1930년 2월 며칠 만에 쿨라크(부농) 6만 명이 체포된 뒤, 그해 말에는 70만 명, 그 다음 해 말에는 180만 명에 이르렀다. 평준화의 수단으로서 대규모 폭력이야말로 핵심 골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반복, 확인된다. 이와 함께 저자는 부의 평준화를 가져온 서로마 제국의 붕괴와 당나라 엘리트의 파멸, 가깝게는 소말리아 등 국가와 문명의 붕괴를 소개하고, 이어 페스트 등 대규모 인구감소를 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소득격차를 완화한 유행병의 사례를 다룬다.

불평등의 해소에 ‘폭력’ 외 수단은 없는가. 저자는 “평화적인 정책 개혁은 눈앞의 산재한 도전과제를 풀기에 역부족”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한다. 체제에 각성을 줄 수 있는 경제위기도 평준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금융 위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민주주의 제도의 팽창 역시 평준화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극소수를 제외하면 더 커다란 경제적 평등은 항상 비명과 울음 속에서 탄생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원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좀 더 온건한 영향력이 있는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 짓는다. 768쪽, 4만 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인류의 경제적 불평등은 풀 수 없는 딜레마다. 역사에서 대규모 전쟁과 피비린내 나는 혁명, 국가의 붕괴와 대유행병 등 네 가지 폭력만이 단기간 불평등을 완화했다고 발터 샤이델은 주장한다. 사진은 2차대전 당시 폐허가 된 러시아 키예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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