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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보다 ‘어디서’가 중요한 시대… 2018 트렌드는 ‘뜨는 장소’

최현미 기자 | 2017-10-13 10:32

2018 트렌드 노트 / 김정구·박현영 외 지음 / 북스톤

서울의 핫 플레이스가 된 책방 주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왜 책방(개성적인 동네 책방)은 잇따라 생기고, 사람들은 그곳으로 모일까. 우리는 그 이유를 취향과 직접 경험으로 좁혔다. 특정 책방이 드러내는 취향의 공유 그리고 푹신한 안락의자의 감촉을 느끼고,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손으로 책을 넘기는, 디지털 시대에 더 귀해진 감각적 직접 경험에 대한 갈구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였다.

빅데이터 분석 그룹 다음 소프트 연구원들이 낸 ‘2018 트렌드 노트’는 똑같은 질문에 대해 ‘장소’를 답으로 내놓는다. 이들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알아낸 사실은 이렇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가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한다.’

2018년 트렌드는 ‘장소’, 특정해 말하자면 ‘뜨는 장소’다. 2018년 트렌드로 ‘장소’를 꼽게 된 과정은 이렇다. 이들이 ‘텍스트마이닝 엔진’으로 지난 2년 반 동안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했더니 가장 많이 쓰인 행동 서술어는 ‘보다’였다. 이와 함께 ‘가다, 먹다, 주다, 해주다, 자다, 찍다’ 같은 서술어의 언급 빈도가 높았다.

개별 단어를 넘어 이들 행위의 전체 방향성을 살피기 위해 연관어를 찾았더니 가장 많은 연관어가 바로 ‘장소’였다. 집, 호텔, 마트 같은 일반명사이기도 하고 서울, 광화문, 잠실, 한남동 같은 지명 혹은 인천공항, 롯데월드, 스타필드 같은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에선 누구와 언제, 무엇을 했다는 것보다 ‘어디서’ 했다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라는 결과다.

책은 먹고사는 문제, 노동과 휴식의 문제, 자기표현과 자율의 문제 등 세 주제로 나눠 장소와 관련된 라이프 트렌드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집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집을 소유하기 어려워지면서 개인의 행동 반경이 어떻게 동네 카페, 편의점 등 주변으로 확대되는지를 살피고, 일상으로 들어온 호텔, 예쁜 것들의 공간 다이소, 인스타 감성, 핫플레이스, 취향의 공간, 유목민의 오아시스인 편의점 등등을 분석한다.

이런 사실들을 다시 종합해 연구자들은 2018년 ‘우리들이 가장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은 ‘여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경제적·시간적·정신적으로 ‘나는 여유 있는 사람인가’라고 자문한다면 답하기 어렵지만 ‘여유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엔 다들 당연히 ‘예스’다. “집은 좁고, 돈도 시간도 없고 직장은 불안하지만 북유럽 어느 마을에서 그런다고들 하는 여유 있는 한가함을 즐기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설령 한 페이지를 읽고 덮을지라도 카페에서 혼자 책 한 권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증명하는 사진을 올리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에 올인하는 욜로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마케터는 성공할 수 없고, 이런 집단 감성을 모르는 정책입안자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

하나 더. ‘2018 트렌드 노트’는 이즈음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내년도 트렌드 전망서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책이다. 이어 2018년 트렌드 책들이 잇따라 나올 것이다. 한 해의 끝을 향해 가는 몇 개월 동안 트렌드 책 한 권쯤 읽기를 권한다. 이들 책들의 편차는 그리 없으니 자신의 관심사나 일하는 분야와 가까운 책을 택하면 된다. 진행형 변화를 중간점검하며 책을 읽다 보면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 280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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