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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나려면 ‘익숙한 새로움’ 만들어라

기사입력 | 2017-10-13 10:32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 익숙하지만 낯설고, 새롭지만 친숙한 것이 메가 히트작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왼쪽부터 메가 히트작인 ‘왕좌의 게임’ ‘스타워즈’ 그리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역시 이 법칙을 따르고 있다.  자료사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 익숙하지만 낯설고, 새롭지만 친숙한 것이 메가 히트작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왼쪽부터 메가 히트작인 ‘왕좌의 게임’ ‘스타워즈’ 그리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역시 이 법칙을 따르고 있다. 자료사진


히트 메이커스 /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 21세기북스

일류 콘텐츠 기획자들은 ‘지나간 히트작’이 성공한 이유를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특히 남들이 만든 히트작은 더 그렇다. ‘벤치마킹’은 안 하느냐고? 시쳇말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로 생각한다. 트렌드 분석도 거의 안 한다. 트렌드란 ‘이미 일어난 변화’에 불과하다. 거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미디어의 일이다. 그것은 그 트렌드를 소비한 수많은 구매자를 안심시키는 일이고, 그들의 열광적인 ‘좋아요’와 공유를 불러들일 확률이 높으니까. 콘텐츠 세계에서는 과거가 미래를 만드는 일은 아주 드물다. 좋은 기획자들일수록 ‘자신이 만들’ 미래가 과거를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릭 톰슨의 ‘히트 메이커스’는 어떨까. 미디어 전문기자인 저자는 브람스의 자장가, 인상파의 그림들, 레이먼드 로위의 산업 디자인 같은 고전 명작에서부터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같은 반쯤 고전이 된 영상물, 로큰롤이나 아델 같은 대중음악, ESPN이나 CNN 같은 방송국,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오바마나 트럼프 같은 정치가의 연설에 이르는, 메가히트 상품들의 이면을 하나씩 추적한다. 이 콘텐츠 비즈니스의 거대한 금자탑들로부터 그가 찾고 싶어 하는 것은 ‘히트’라는 사회 현상의 비밀이다. 때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를 훑고, 때로는 제작자들을 심층 취재하고, 때로는 최신 심리실험 결과를 활용하면서 대중들의 소비심리에 빨대를 꽂은 후 히트한 이유들을 빨아올린다. 톰슨이 주장하는 히트의 비밀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친숙한 놀라움’ 또는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라.”

톰슨은 이 비밀을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꾼 천재 디자이너 로위의 제안을 좇아서 ‘마야(MAYA·Most Advanced Yet Acceptable)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가장 진보적이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는 것을 주라’는 뜻이다. 언뜻 보면 아주 시시해 보이지만,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핵심을 찌르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친숙한 것을 팔아먹으려면 작품 내부에 놀라움을 끼워 넣고, 새로운 것을 퍼뜨리려면 익숙해질 때까지 노출해라.

‘빌보드 핫 100’ 차트에 가장 오랫동안 머무른 노래 가운데 상위 10위는 모두 1991년 이후 발표됐다. 음반 매장을 통한 인위적 퇴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이 현상은 점차 심화하는 중이다. 그 결과 상위 1%에 속하는 가수가 전체 음반수익의 약 80%를 가져간다. 사람들은 같은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노래만 들을 수는 없다. 반복 속에 어떤 변화가 있을 때, 익숙하지만 새로운 점이 있을 때, 좀 더 듣고 싶다는 반응을 불러온다. 이 사실은 리메이크 앨범이 왜 그렇게 인기인지, C-F-Am-G 같은 단순한 코드로 이루어진 수많은 히트곡이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지난 40년 동안 4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려준 불멸의 히트작 ‘스타워즈’는 어떨까. 안쪽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이야기 요소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SF소설, 전쟁영화, 서부영화, 동화, 신화, 만화 등을 섭렵하면서 닥치는 대로 재밌어 보이는, 그러나 낡아빠진 이야기들을 뽑아서 영웅신화 구조에 버무려 넣은 것이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원형 스토리를 아폴로 달 탐사 이후 사람들의 호기심이 한껏 높아진, 우주라는 ‘신선한’ 공간에 펼쳐놓아 불후의 명작이 된 것이다. 톰슨의 표현에 따르면, ‘익숙한 수많은 이야기로 엮은 낯선 이야기 모음’인 셈이다. 물론 독자를 사로잡는 훌륭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반대쪽은 어떨까. 인상파의 그림은 어떻게 ‘히트’했을까. 코넬대 심리학과 제임스 커팅은 인상파 그림들을 살펴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인상파를 담은 1000권의 책과 1만5000점의 작품을 살펴본 후 마네, 모네, 세잔, 드가,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등 단 7명만이 수없이 반복돼 언급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소장목록에 있었다. 카유보트가 죽으면서 자신이 수집한 작품을 국립미술관에 기증하려 했는데, 이 주제넘은 기증을 받아들이느냐를 놓고 거대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수많은 인상파 화가들 중 이들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이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은, 사람들 눈에 자주 노출될수록 명성이라는 가치와 높은 경매 가격에 따른 찬사 어린 비평을 가져다준다.

이 사실은 낯선 작품이 성공하려면 대중을 교육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참신한 마케팅과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잘 만든 앱이기도 하지만, 출시 전에 유명 벤처기업인 케빈 로스 등에게 보냄으로써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할 기회를 얻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히트 메이커스’는 편집자, 프로듀서, 큐레이터, 머천다이저, 상품 개발자 등 메가 히트를 기록했던 콘텐츠 기획자에게는 원수 같을 수 있다. 기획의 고수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을 폭로하고 아주 다양하고 풍부한 실례를 들어 이를 실감 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508쪽, 2만2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순천향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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