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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부대, 예정대로 창설해야 한다

기사입력 | 2017-09-27 11:53


황성준 논설위원

톰 크루즈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액션 전쟁 영화처럼, 특수부대가 들어가 북한 김정은을 제거해 버리면 어떨까. 김정은의 북핵·미사일 도발이 고도화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실제 세계에서도 영화 못지않은 특수작전이 벌어지곤 한다. 1976년 6월 이스라엘 특공대의 우간다 엔테베 공항 인질 구출작전, 1979년 12월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특수부대 빔펠·알파의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 기습작전, 2011년 5월 미 해군 데브그루의 오사마 빈라덴 제거작전 등이 대표적이다. 아니 굳이 다른 나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2011년 1월 한국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도 특수전사에 남을 한 장면이다.

이런 특수전을 위한 3대 요소가 있다. 잘 훈련된 특수부대, 정찰자산 및 정보 능력, 그리고 침투 수단이다. 영화에선 초능력에 가까운 특수전 요원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특수전 요원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사전 정보 없이는 작전이 불가능하다. 엔테베의 경우 이스라엘 당국이 세밀한 공항 설계도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성공했으며, 소련 빔펠·알파도 내부 협조자의 도움이 있었기에 아프간 대통령궁에 침투해 타라키와 아민 당시 아프간 대통령을 사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인공위성·무인정찰기와 같은 정찰자산과 내부 상황을 전해줄 수 있는 휴민트(Humint)의 확보야말로 특수전 성공의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MC-130 수송기나 MH-47 시누크 헬기와 같이 지형추적 및 레이더 회피 기능을 갖춘 침투 수단이 있어야 한다.

한국군은 3대 요소 중 첫 번째는 나름 갖췄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 활동 및 미 특수전 부대와의 공동 훈련을 통해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두 번째와 세 번째다. 바로 세 번째를 충족시킴으로써 특수전 단독 수행 능력을 갖추려 하는 것이 ‘참수(decapitation)부대’로 알려진 ‘특수작전항공단’ 창설이다. 한국 특수부대는 그동안 제대로 된 침투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김정은 참수 전문 부대 창설 논의가 진행되면서, CH-47 시누크 헬기의 특수 침투 작전용 성능 개량 사업을 통해 독자적 침투 능력을 갖춘 부대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시누크 헬기 개량 사업이 축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제13공수여단 1개 대대 태스크포스(TF)를 모태로 연말까지 특수작전항공단을 출범시킨다는 입장인데, 침투 수단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름만 바뀐 것일 뿐, 기존의 공수부대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송영무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참수작전)개념을 정립 중이며, 오는 12월 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 전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자,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참수부대 개념을 맹렬히 비판한 것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에서 창설에 부정적인 정부 인사가 많아, 예산 지원이 늦춰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참수 작전은 원래 1960년대 핵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적의 핵심 지휘부를 제1차 핵 타격으로 괴멸시켜, 적의 제2차 보복능력을 마비시킨다는 개념이다. 핵에 의한 상호확증파괴능력(MAD)을 극복하는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 파괴를 중심에 둔 이 전략 개념이 정밀 유도 무기 발전과 결합하면서, 1970년대 이스라엘에 의해 적 지도부 암살 제거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특수부대에 의한 상대방 지도부 제거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국가·군·국민 등 ‘전쟁의 3위 일체’에 익숙한 서구 군사 전략가들에게 낯설지만, 적장의 목을 베는 참수는 중세 전쟁의 기본 양식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에리히 루덴도르프 독일 장군의 ‘총력전(total war)’이 지배적 개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과거의 전면전과 다른 양상의 전쟁이 대세가 되고 있다. 게릴라전은 물론, 정규전도 비정규전도 아닌 ‘하이브리드(hybrid) 전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정은 참수 여부는 정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군은 그러한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아니, 침투 수단도 없는 부대를 특수전 부대라 부른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은 수령을 ‘뇌수’라 부른다. 바로 그 뇌수를 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다. 한반도에서 6·25전쟁과 같은 총력전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국가)와 인민군, 그리고 북한 주민이란 클라우제비츠식 전쟁의 3대 요소를 분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참수 작전을 전술이 아닌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우위 비대칭 전력인 인권·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무기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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