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양대 지침’의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취약 근로자 권리 보장을 명분으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예고된 일이긴 하지만, 고용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다룬 양대 지침은 법적 효력은 물론 실효성도 크게 기대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고용 유연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다. 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폐기 시기까지 못 박았었다.

해고는 세 갈래 범주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징계해고는 근로자의 비위 행위 등과 관련 있다. 문제는 업무 능력이나 성과 불량 등을 이유로 한 일반해고다. 법적 근거가 ‘정당한 이유’뿐이어서 부당해고 신청이 연 1만 건이 넘는다. 박 정부는 양대 지침에서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한 절차·판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임금피크제 등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을 경우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토록 길을 터줬다. 노동계에선 ‘쉬운 해고 지침’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인사업무만 더 복잡해졌다는 불만을 내놓았다. 노동개혁 입법이 여의치 않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고용 여력을 키우려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다. 노동개혁에서 쉬운 해고는 기피할 대상이 아니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수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식 프랑스 노동개혁의 핵심도 쉬운 해고다. 부당한 해고는 막아야 하지만, 불성실한 인력까지 보호하면 청년 등의 취업 기회는 줄어든다. 어려운 해고는 채용도 어렵게 한다. 정부의 정규직화·최저임금 등 친노동 정책은 오히려 있는 일자리마저 없애고 있는 터다. 여기에 양대 지침 폐기로 해고를 원천 봉쇄하려는 것은 노동기득권만 보호하고 고용절벽을 더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