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드라마 ‘또 오해영’(왼쪽)과 ‘사랑의 온도’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서현진이 패턴화된 연기로 자기복제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현진 ‘사랑의 온도’ 음주장면
네티즌 “‘또 오해영’과 비슷해”

제작자들도 대표이미지로 섭외
강한 캐릭터 남긴 배우 ‘딜레마’

19일 첫 방송된 SBS 월화극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는 ‘또 오해영’과 ‘낭만닥터 김사부’로 연타석 홈런을 친 배우 서현진의 복귀작이라 기대를 모았다. 특히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서현진에 대한 기대감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포털사이트 네이버 ‘톡(talk)방’에는 드라마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네티즌이 몰렸고 이틀 만에 1만 5000개가 넘는 대화가 오갔다. 이 중 적잖은 이들이 “역시 서현진”이라며 그의 연기력을 칭찬하면서도 “또 오해영 같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소 패턴화된 그의 연기에 대한 지적이었다.

서현진은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또 오해영’에서 특유의 음주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취기가 올라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직장 여성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 공감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었다. ‘사랑의 온도’는 이를 그대로 활용했다. 1회에서 서현진이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모습은 ‘또 오해영’과 판박이였다. 일부 네티즌은 “서현진의 자기 복제”라는 뼈아픈 일침을 놓기도 했다.

앞서 ‘로코퀸’(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 불린 황정음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코믹한 모습을 극대화한 음주 연기로 주목받은 후 그의 주연작인 ‘그녀는 예뻤다’와 ‘운빨 로맨스’에는 어김없이 음주 장면이 담겼다. 명불허전 연기력을 과시했지만 피로도를 느낀 네티즌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부활한 배우 설경구는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연기 9단’ 임에도 자기 복제의 늪에 빠져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고백했다. 그는 개봉 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강철중의 늪’에서 비슷한 패턴의 연기를 하며 매너리즘에 빠져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통상 ‘자기 복제’라는 덫은 연기 잘하는 배우의 발목을 더 자주 잡는다.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만한 연기와 캐릭터를 구축했기 때문에 차기작을 보는 대중에게 기시감(旣視感)을 주는 탓이다.

또한 제작자와 연출자들이 이를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배우의 전작을 본 후 섭외 제안을 할 때, 이미 그들의 특정 이미지를 소비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사랑의 온도’의 제작진이 1회에 서현진의 음주 장면을 배치한 것 역시 의도가 보이는 설정이었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송강호, 전지현, 유아인 등 톱스타들을 떠올렸을 때 그들이 어떤 캐릭터에 어울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하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대표 이미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반복되면 배우에게 자기 복제라는 비판이 뒤따른다”며 “그래서 매번 언론은 ‘연기 변신’을 묻고 배우는 이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