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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59장 기업가 - 7

기사입력 | 2017-09-21 10:22

“모두 맡은 일을 잘하고 있어.”

서동수가 동성개발 임직원을 둘러보았다.

“이사회도 제 할 일을 한 것이지. 계속 돈만 날리는 데다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사업에 투자를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 그때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사주(社主)지. 그것도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고 말이야.”

그렇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사주인 서동수가 이사회를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한다. 모두 긴장하고 있다. 서동수의 호출을 받았을 때부터 그들은 개발 중지 통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사회의 결정이 난 데다 그동안의 결과에 비춰볼 때 자신감이 없기도 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룹 기조실에서도 비관적이고 외주 용역을 주었던 조사위원회에서도 가능성을 27%로 잡았어. 모두가 비관적이야. 이대로 두면 6개월 후에 회사가 도산한다는군.”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30년 전에 처음 동성을 세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작정이야.”

“…….”

“나는 내 주식을 담보로 동성개발에 자금을 대겠어. 계속해 봐.”

방 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서동수가 사재로 동성개발을 지원한다는 말이었다. 그때 유병선이 헛기침을 했다.

“자, 그럼 회의 끝냅니다.”

동성개발 임직원은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다시 방 안에 둘이 남았을 때 유병선이 물었다.

“저 사람들은 회장님께서 피가 마르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모르겠지.”

서동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건 알 필요가 없고. 그건 기업가가 겪어야 할 몫이야.”

“그렇습니까?”

“임직원을 불러서 이야기해준 것도 조금 미안해. 부담을 준 것 같아서.”

“부담을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닙니까? 내 회사라는 의식이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지요.”

“강요할 수는 없지.”

숨을 고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그랬잖아? 각각 역할이 있다고.”

“기업가가 정치인보다 책임을 더 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결과를 겪게 되니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을 직접 생생하게 느낄 수도 있지.”

“테레사보육원에 투자하신 것도 그중 하나입니까?”

“투자가 아니야. 내가 스폰서가 된 거야.”

서동수가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유병선을 보았다.

“그냥 스폰서로 기부하려니까 상대가 너무 미안해할 것 같아서 잤어.”

“아, 예.”

“그것이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거야. 부담이 덜어지거든.”

“과연.”

“김 회장한테도 자선병원 원장을 소개시켜 줬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군.”

“예, 유라시아그룹에서 새서울자선병원에 매년 10억 원씩 지원을 해주기로 한 것 같습니다.”

“역시 내 후계자 감이야.”

“그런데 자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유병선을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아직 수양은 덜 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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