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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섭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책임연구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240번 버스 사건’ 관련 댓글 파문은 SNS의 사회적 위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NS는 이미 그 미래 예측조차 불가능한 특이점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대 문명의 총아인 SNS가, 특히 한국에서는 이른바 ‘묻지 마 퍼나르기’로 인해 악성(惡性) 정보가 범람하면서 사회적 위기의 진앙으로 지탄받고 있다.

묻지 마 퍼나르기는 대체로 두 가지 양상으로 전개된다. 첫째, 부정적 뉴스나 댓글을 있는 그대로 단순히 옮기는 것이다. 둘째, 옮기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부정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묻지 마 퍼나르기에도 이중 효과가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퍼나르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정의를 널리 알려 사회적으로 엄중히 경고하는 효과를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검증 없이 퍼나르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가 과잉 유통될 경우 개인의 명예 훼손은 말할 것도 없고 SNS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조장함으로써 자기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먼저, 묻지 마 퍼나르기를 매체 환경의 변화와 대중의 자발성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보자.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 매체였던 책·신문·방송은 태생부터 사회의 계몽과 공익성을 우선했다. 그 주역이었던 엘리트 지식인들은 사회 고발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부정의를 준엄히 질타하며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뉴스를 유포했다. 반면, SNS는 평범한 대중의 자유로운 생각이 거침없이 표현되는 공간이다. 이렇게 바뀐 환경에서 묻지 마 퍼나르기를 하는 일반 시민은 스스로 사회 고발의 주역이라는 사명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면 ‘사회적 위기’의 의미를 살펴보자. 사회적 변화는 언제나 ‘사회적 위기 상황’으로 간주돼 왔다. 만일 과거 엘리트 지식인들의 관점에서 현재의 SNS 상황에 대해 ‘위기’라고 진단할 경우, 그것은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긴 고사하고 편견에 찬 세대 차이로 간주돼 조소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오히려 지금 SNS에서 볼 수 있는 묻지 마 퍼나르기 역시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진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SNS를 주로 사용하는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매우 젊다는 점에서 SNS상의 사소한 일탈을 관대하게 포용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묻지 마 퍼나르기와 같은 행동의 경우 이에 대한 포용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신속한 파급성 때문이다. SNS에 일단 올린 정보는 쉽게 복사돼 지속적으로 전파된다. 고립된 비대면 환경에서 아무런 검증 없이 이뤄지는 묻지 마 퍼나르기는 상상할 수 없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 하나, 손쉬운 변조 가능성 때문이다. 묻지 마 퍼나르기에서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점은 그 내용이 더욱 부정적으로 변조돼 때로는 악의적으로 전파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묻지 마 퍼나르기가 왜곡된 ‘인정 욕망’과 결부돼 있어 더욱 위험하다. SNS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인정 욕망이 표현되는 장이다. 그러나 묻지 마 퍼나르기의 경우, 인정 욕망은 타인을 격하시켜 자신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왜곡돼 표출된다. 문제는, 타자에 대한 왜곡과 격하가 마치 사회 정의를 위한 투쟁처럼 위장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호 인정을 통해 자긍심을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인정 기제가 마련된다면 우리의 SNS 환경도 한층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