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25전쟁 당시 부산에서 운영됐던 스웨덴병원에서 골수염 치료를 받았던 김학태 씨가 13일 부산 동아대 석당박물관에서 열린 스웨덴병원 의료진과의 만남에서 큰절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6·25 직후 부산서 봉사 ‘스웨덴 병원’ 의료진 만난 김학태 씨

“죽기 전에 꼭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려움을 겪던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6·25전쟁 당시 및 직후 부산에서 운영됐던 스웨덴 병원(서전병원)의 의료진과 당시 환자들이 60여 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감사와 감격에 어린 재회로 주변 사람들의 눈물을 훔치게 했다. 재회는 13일부터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 주최로 동아대 석당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전병원(스웨덴 참전용사의 눈으로 본 피란수도 부산) 사진전’에서 이뤄졌다. 개막식에는 부산시 등의 초청을 받은 의료진 4명과 가족 등 12명을 비롯, 당시 병원을 거쳐 간 환자 4명과 한국인 근무자 1명이 참석했다.

조군자(여·76) 씨는 “16세 때 폐결핵으로 사경을 헤매다 스웨덴 병원에서 진료받고 살아났고 1년간 약까지 보내줬다. 이후의 삶은 스웨덴 사람들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학태(81) 씨는 “골수염으로 인생을 포기했다가 의료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었다”며 신발을 벗은 채 의료진과 가족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세 살 때 충수염을 앓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다는 류재영(66) 씨는 “2년 동안 부모처럼 치료를 해주신 여성 의료인 ‘에바’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스웨덴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담당했던 김낙규(85) 씨는 “스웨덴 의료진은 변변한 병원이 없던 부산에서 정말 열심히 활동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의 손을 맞잡은 의료진의 답례인사와 소회도 뒤따랐다. 간호사로 근무했던 잉야 마리아 마닝야르(여·93) 씨는 “우리의 활동에 고마워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고마움을 느낀다”며 “놀랍도록 발전한 한국과 부산의 모습을 보니 그때 한국에서 근무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운전병으로 근무한 욘 에릭슨(93) 씨는 “한국과 부산이 이렇게 발전해서 아주 반갑고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 회그룬드 주한스웨덴 대사는 개막식 축사에서 “스웨덴 병원의 한국 파병은 스웨덴 역사상 전례 없는 인도주의 사업이었고, 오늘날 양국의 밀접한 관계는 60여 년 전 의료진 덕에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사진전은 양국의 굳건한 우정을 대변한다”고 밝혔다. 영세중립국 스웨덴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스웨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의료지원단을 구성해 그해 9월 부산에 스웨덴 야전병원을 열었다. 스웨덴병원 의료진은 1957년 3월까지 6년 6개월간 아군과 적군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치료했다. 1100여 명이 부산에서 근무해 200만 명이 치료를 받았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사진전은 의료진 파견 당시 모습과 의료 활동사진, 당시 야전병원 모습, 피란수도 부산의 풍경 등 스웨덴 의료지원 참전용사 3명이 직접 촬영한 사진 자료와 미공개 사진 등 180여 점이 선보인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