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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석유 비축한 北, 제재 효과 있나

기사입력 | 2017-09-13 11:50

김경민 한양대 교수 국제정치학

유엔 안보리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 제2375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 하루 만인 13일 북한은 강력히 반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외무성 보도를 인용, 새 제재를 준열히 단죄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면서 북한의 자위권을 박탈하고 전면적인 경제 봉쇄로 국가와 인민을 완전히 질식시킬 것을 노린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보리의 이번 대북 석유 수출 차단이 비록 30% 정도에 그쳤지만, 북한으로서는 매우 아픈 조치라는 것이다. 이번 제재는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할 경우 석유 공급을 본격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근거라는 점에서 작은 성과다.

석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역사를 바꾸는 중요한 자원이다. 미·일 간에 맺어진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 미국은 일본이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해 줬고, 일본은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하는 권리를 인정해 줬다. 그러나 일본이 조선의 주권을 침탈하고 중국으로까지 군사력을 확대하자 당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석유 공급을 끊겠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당시에는 일본이 소비하는 석유의 80%를 미국이 공급하던 때였다. 일본이 말을 듣지 않자 미국은 급기야 석유 공급을 중단했고, 일본은 인도네시아 유전을 확보하기 위해 진주만을 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결국,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는 전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석유는 북한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의 통치 체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전략물자다. 북한은 연간 약 70만∼90만t의 석유를 쓰고 있는데, 이 중 중국에서 약 50만t, 러시아로부터 약 20만t, 그리고 적은 양이지만 나머지는 중동으로부터 구입한다. 비상용으로 비축해둔 석유는 약 100만t으로 추정되는데, 석유 공급이 원활치 못하면 중장기적으로는 탱크와 전투기 등의 기동이 힘들게 돼 군사적 행동이 어려워진다.

석유 공급을 줄이는 데 더해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도 봉쇄돼 연간 약 8000억 원의 돈줄을 차단하는 결의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결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감시다. 제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유엔 보고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석탄이다.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의 2016년 11월 제재 결의에 대해 그 이행 보고를 한 국가는 모두 78개국인데, 북한이 중국 대신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지로 바꿔 수출한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 사이 북한은 제3국을 거쳐 석탄과 철광석 등을 수출, 약 3000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고강도의 경제 제재를 만장일치로 끌어낸 유엔 안보리 합의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차단하는 결의 정신이 잘 지켜지는지에 대한 점검도 그에 못잖게 중요하다. 또,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 외에도 북한에 달러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과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더 많은 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핵·미사일 기술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욱더 정교해지고 파괴력이 더 커지는 이른바 ‘시간의 기술’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파괴력은 약 120㏏으로 분석됐다. 일본 히로시마의 우라늄 핵폭탄 위력이 15㏏이었으니, 8배나 되는 파괴력이다. 히로시마에서 약 15만 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유념, 국가 총력을 기울여 북핵을 반드시 막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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