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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봉쇄돼야 할 ‘司法의 정치화’

기사입력 | 2017-09-13 11:49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낙마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부(司法府) 인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나친 코드 인사에 대한 비판은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정책 집행을 함께하는 장관들의 인사에서 전문성보다는 이념적 성향을 먼저 고려하는 것과 사법부의 최고 지위에 있는 대법원장,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들의 인선에서 이념적 성향을 고려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며, 이를 위해 정치적 중립은 가장 핵심적 요청의 하나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최근 사법부 고위직 인사에서 하나같이 정치적 편향성이 거론되는 건 과연 우연일까? 물론 당사자는 편향성을 갖지 않았고, 항상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했다고 믿을 수 있다. 어쩌면 다른 법관이나 재판관들이 오히려 편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면 스스로가 중립적이고 공정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은가? 다른 법관이나 재판관들은 스스로 중립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분명 다름이 존재하는데, 누가 편향성 없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가진 것일까?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에서 지속적으로 소수의견을 냈다는 게 후보자 지명의 중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소수의견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나왔고, 그로 인해 야당은 그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속내를 살펴보면 더욱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야당에서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임명동의권이 없는 강 후보자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임명동의권이 있는 김이수 후보자에게 투사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양보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그 앙금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이수 후보자가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았던 헌법재판관이었고, 소수의견들에서도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 야당의 반대에 중요한 빌미가 됐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만일 대법원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전원일치로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고, 1인의 소수의견이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그 대법관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면 어땠을까?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나아가 기존 판결의 번복까지 기대하는 대법원장 인사라는, 즉 사법부 독립의 침해라고 비판받지 않았을까? 이번 김이수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서도 유사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은 김이수 후보자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소신껏 소수의견을 낸 헌법재판관으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정치권에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올려놓고 또 낙마시킴으로써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김이수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다른 어떤 직역(職域)과도 다른 의미와 비중을 갖는다는 점이다. 정치적 영향력을 사법부에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는 어떤 이유로도 단호히 거부돼야만 한다. 만일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된다면,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이를 막는, 더 적극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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