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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어마’ 뚫고 날아온 ‘천금같은 각막’

이해완 기자 | 2017-09-13 12:20

조정진(왼쪽)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와 이경원 씨가 각막이식 수술 후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제공 조정진(왼쪽)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와 이경원 씨가 각막이식 수술 후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제공

‘생명 나누는 사람들’ 도움
양쪽 눈 실명 위기 이경원씨
극적으로 이식수술 받아


경남 창녕군에 사는 이경원(48) 씨는 4년 전 왼쪽 눈이 실명됐고,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오른쪽 눈마저 실명될 위험에 놓여 있었다. 지적장애·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아내, 올해 초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딸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는 이 씨는 현재 안 좋은 시력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비 외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태다.

다시 일하기 위해 각막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800만~900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가 큰 부담이었다. 더욱이 각막 수술 대기자가 1880명에 달해 평균 대기일이 6년이나 걸린다는 이야기를 접한 이 씨의 가슴은 더 막막해졌다.

이 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병원 측은 사단법인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에 도움을 청했다. 22년째 장기기증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 단체는 이 씨를 돕기 위해 미국과 필리핀 등 외국 각막 기증자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미국에서 폐암으로 사망한 60대 여성 환자의 각막을 구할 수 있어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날씨가 변수였다. 미국 여성 환자의 각막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 뱅크(Eye Bank)’가 현재 허리케인 ‘어마’가 상륙한 플로리다주에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씨의 눈을 뜨게 할 각막은 기존 디트로이트공항 대신 우회 경로를 통해 뉴욕발 항공기로 간신히 11일 한국에 도착했다. 수술을 맡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하루 뒤 각막이식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 씨는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하루빨리 시력을 회복해 남들처럼 생계유지를 위해 일도 하고 운전도 배워 딸을 학교까지 직접 태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에게 도움을 준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은 올해까지 100여 명에게 각막 기증 수술을 지원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국내 각막 기증자를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미국, 필리핀 등에서 기증자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씨의 사례처럼 각막을 외국에서 들여오면 시술비용이 500만 원 정도 더 든다는 점이다.

조정진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 상임이사는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때문에 각막 기증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필리핀 등에서 총기사고로 사망한 환자의 각막까지 수입해 오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조 상임이사는 “전국 어디서든지 각막 기증자가 나타나면 지역병원의 도움을 받아 각막 적출을 돕고 있다”며 “각막 기증 문화가 활성화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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