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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땐 사전 승인” 지침… 현장 “수사 말란 말이냐”

김성훈 기자 | 2017-09-13 12:04

- 경찰개혁위 권고안 논란
“영장 발부 안되면 과오 확인”
“시민단체 추천 옴부즈맨이 감찰”

- 내부서 부글부글 불만 터져
“일선에서 수사 의지 생기겠나”
“李청장의 정권 코드 맞추기”


“긴급체포는 반드시 상급자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신청한 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뜻이니) 경찰의 업무상 과오를 확인하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13일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를 최소화할 제도를 마련하고, 경찰권에 대한 시민 통제기구를 설치하라고 경찰에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 위축을 우려한 일선 경찰관들은 “아예 수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 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찰 일각에서는 개혁위 권고안에 ‘무조건 OK’하는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개혁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인권 친화적인 경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권고안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개혁위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를 경찰서 유치장에 두지 말고 즉각 구치소로 옮긴 뒤 경찰이 출장 조사를 할 것, 영장 발부 후 (경찰이 계속 수사를 하지 말고) 최단 기일 내 검찰로 넘길 것 등의 내용도 권고안에 담았다.

개혁위는 또 국무총리 산하에 시민단체 대표들이 추천한 ‘경찰인권·감찰옴부즈맨’을 두어 경찰관에 대한 감찰·징계·고발 업무를 맡기라고 권고했다. 옴부즈맨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고,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 범죄행위를 인지하면 수사권까지 행사하게 했다. 개혁위는 “현재 운영 중인 경찰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경찰권 행사 통제 기구들은 규모와 권능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선 경찰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시민단체식 사고’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권고안에는 긴급체포 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급자가 누구인지도 명시돼 있지 않아 혼선을 낳고 있다. 일선에선 “어느 선까지 보고하고 승인을 기다려야 할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뒤늦게 “경찰서 과장급이 승인하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영장이 기각되면 ‘무리한 수사’에 대해 자아비판이라도 하라는 것 같다”거나 “경찰에 수사권을 준다면서 검찰에 사건을 빨리 송치하라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37) 경위는 “치안 권력을 이렇게까지 무력화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 수사를 소극적으로 하다 흉악범을 놓치거나, 영장 기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영장 신청 자체를 꺼리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철성 청장은 “권고안 모두를 수용하며 권고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이 청장이 정권 교체 후 새 청와대에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코드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치안 총수가 이런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경찰 조직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수사 활력만 저해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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