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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멀고, 악플은 가깝다

안진용 기자 | 2017-09-13 11:59

자신의 노출 장면을 상의 없이 썼다는 이유로 영화 ‘전망 좋은 집’을 연출한 이수성 감독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배우 곽현화 씨가 11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미 이 감독이 항소심까지 무죄를 받은 터라 곽 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죠. 하지만 이날 곽 씨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이 감독은 “죄송합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이었는데요. 곽 씨는 “법원이 무죄로 판결했다고 해서 그 행위가 도덕적·윤리적으로 옳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죠. 이 기자회견 이후 관련 기사를 보면 곽 씨를 옹호하는 댓글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친분이 있는 연예인 A씨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는 “법은 연예인에게 관대하지 않다”고 말하곤 했는데요. 법 집행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법적 다툼에 휘말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연예인은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죠.

실제로 연예인 관련 기사를 보면, ‘피소됐다’ ‘입건됐다’ 등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소를 당했다고 반드시 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연 실제로 잘못을 저질렀는지 여부는 수사 과정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가려지는데요.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하고, 기소가 돼도 재판을 통해 무죄로 밝혀지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소송의 상대 못지않게 연예인들을 괴롭히는 장본인은 네티즌입니다. 복잡한 법의 논리를 따져서 판단하기보다는 ‘OOO이 법적 다툼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일부 악플러가 기승을 부리는데요.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피소 단계부터 실명이 거론된 연예인들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플이 쏟아집니다. 몇몇 의식 있는 네티즌이 “법의 판결을 기다려보자”고 달래지만, 이런 댓글은 더 많은 네티즌이 클릭하는 자극적인 댓글에 밀려 사장되고 말죠. 그 사이 해당 연예인들에게는 이미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집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죠.

연예인이 연루된 사건을 여럿 맡았던 변호사 B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의 경우 법적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론전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사 소송의 경우 2∼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그사이 이미지가 만신창이가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보호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지탄받고,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꼬집고 싶습니다.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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