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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윤리성 시비가 황당한 이유

기사입력 | 2017-09-13 12:00

윤병조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일부 환경론자는, 원자력의 혜택을 현세대가 누리고 부산물인 방사성 폐기물은 후세에 남기기 때문에 원자력은 비윤리적이라고 한다. 윤리성 관점에서 원자력이 후손에게 부담을 준다는 시각엔 동의한다. 하지만 그리 단순하게 볼 건 아니다.

화석에너지 소비를 생각해보자. 석탄이나 석유를 연소시켜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우리 세대가 사용하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CO2)와 공해물질은 즉시 환경에 배출하는데, 그 폐해는 장기간 지속된다. 대기 중에 축적된 CO2는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미세먼지의 피해는 이미 심각하며 그 여파는 현세대뿐만 아니라 후세대에도 전해진다. 결국, 화석에너지 소비 또한 비윤리적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보자. 우리가 이용하는 자동차는 화석에너지를 연소시켜 사용자가 편익(便益)을 취하고 CO2와 공해물질은 즉시 환경에 배출한다. 차 안으로는 배기가스가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해 열매는 사용자가 취하고 부산물로 인한 피해는 타인이 보도록 만들었다. 이런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

그나마 원자력발전은 설계부터, 부산물인 방사성물질을 가두려고 여러 겹의 방벽을 둔다. 그 방벽이 차례로 깨지면 방사성물질이 누출돼 환경과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화석에너지는 소비와 동시에 CO2 및 공해물질을 환경에 배출해 폐해를 확정한다. 어느 방식이 더 윤리적인가.

참고로, 핵연료 100g을 사용하면, 독성이 강하고 수명이 긴 핵분열 생성물이 약 3g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대략 석탄 9t 연소에 맞먹는데, 이 경우 CO2와 공해물질 40t 정도가 발생한다. 폐기물량을 비교하면 3g 대 40t이다. 원자력은 소량이지만 장수명의 독성이 문제이고, 화석에너지는 지구 환경조차 바꿔버리는 대량의 부산물이 문제다. 그야말로 ‘불편한 선택’을 해야 한다.

원자력은 방사성물질을 안전하게 방호벽 속에 계속 잡아둔다면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효율적이고 우수하다. 다만, 원자력의 위험은 미확정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크게 상상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위험해 보이는 특성이 있다. 이에 비해 화석에너지는 사용과 동시에 위험을 확정하므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발전 과정에 연료 소비가 없어 윤리성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보인다. 그러나 이들 설비도 건설 단계에서 대량의 에너지와 물질을 소비하고 수명도 유한하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짧은 일조시간과 불규칙한 풍량 때문에 안정적인 발전이 어려워, 여건이 좋을 때 대량으로 발전해 저장해두는 대규모 전기저장설비(ESS)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이는 곧 막대한 물질(주로 희귀원소)의 소비를 의미한다. 이 역시 후손들을 위해 남겨둬야 할 소중한 자원인데 우리 세대가 미리 써버린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저밀도 에너지원이어서 원전(原電) 부지의 수백 배에 이르는 방대한 부지를 요구한다. 자연환경은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의 보호인데, 그 자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태양광 패널로 덮는 그 자체가 반(反)환경적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쉽지 않다. ‘전 국토를 재생에너지 발전소화(化)’해도 보조 수단은 될지언정 주(主)에너지원이 될 수는 없다.

모든 에너지 소비는 부작용과 윤리성 시비를 수반한다. 그리고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 ‘절약’에도 한계가 있다. 이 사실을 잘 인식해야 한다. 탈(脫)원전 태풍 속에서 원자력의 상대적인 효용과 윤리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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