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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출자 협동조합 동네 책방
인천 ‘마샘’ 문 연 이재필 대표

“이상이 일상(현실)이 되는 세상을 상상했습니다.”

지난 9일 인천 남동구 논현신도시 서점 ‘마샘’에서 만난 이재필(51·사진) 씨는 매장 내 북적이는 손님들로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대형오프라인 서점에 밀려 동네서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지만, 그는 8년을 준비해 이 서점을 열었다. 그는 이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 마중물문화광장 ‘마샘’의 대표다. 서점을 오픈하기 전 이미 1계좌당 100만 원의 조합비를 낸 정회원만 200명이 넘어섰던 이곳 서점은 협동조합만의 독특한 운영방식을 따른다. 조합원들이 직접 북큐레이터로 참여해 일반 서가와 다른 분류방식을 취하는가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북(Book)’ 광고나 ‘베스트셀러’ 코너도 없다. 대신 조합원들이 읽고 추천한 책을 꽂아 둘 수 있는 ‘마중물 서가’가 서점 입구에 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는 서점 정중앙 상설무대에서 조합원들이 준비한 공연과 강좌가 진행된다. 조합원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와 직장인·주부·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독서모임을 할 수 있는 세미나실 4곳이 마련됐다. “마샘은 시민들이 서로를 예우하고 차이를 존중해 주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깊은 샘물을 긷듯이 책을 통해 이웃 주민들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그런 놀이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게 이 씨의 바람이다. 젊어서 패기만으로 대학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서울 대학로에서 ‘논장’이란 운동권 서점(인문사회과학)을 운영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는 “손은 마주 잡되 발까지 맞추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들과 협동해 서점을 운영하지만, 얼마만큼의 속도로 어떻게 발전할지 일반 기업처럼 획일적인 목표를 정하진 않겠다는 얘기다.

이 씨는 스페인 프로축구팀 FC 바르셀로나처럼 마샘도 언젠가는 지역 주민들이 자랑하는 협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