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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4개월과 올바른 야당의 길

기사입력 | 2017-09-07 14:18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거와 상품 구매는 유사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구입을 결정하는 과정이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과정과 비슷해 보인다. 상품 구매 시 브랜드를 살펴보는 것은 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한 정당을 고려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업적인 홍보 전문가들이 선거 캠프에 중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하지만 상품 구매는 사적(私的) 행위이고, 투표는 공적(公的) 행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불량 상품을 골랐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투표 결과가 어떤 후보를 선택했는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의 선택과 결과가 다르더라도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기권처럼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은 경우도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사적인 계약 관계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나의 선호와 관계없이 국민의 집합적 선택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가 없다.

현행 대통령선거 제도는 단순다수제 방식으로, 후보들 가운데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결선 투표 방식이 아니므로 선거 승리를 위한 과반수 득표라는 부가적인 조건이 없다. 선거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고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최다 득표자를 선거의 승자로 결정하는 선거 제도에서는 승자가 얼마나 득표했는지에 따라 권력의 정당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방송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41%의 소수 정권이라는 점을 꼭 집어 지적했다. 어떤 언론인은 전체 유권자 대비 32%의 지지를 받은 소수파 정권이라고 묘사했다. 지난 대선의 투표율은 77.2%인데, 기권자 모두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위한 시작 논거로는 타당하지 않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5월 말 갤럽조사에서 대통령직무 수행평가에 대해 긍정적 응답이 84%에 이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헌법과 법률에 따른 대통령의 형식적 권한은 고정돼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강한 대통령과 약한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재직 시 국민의 지지 수준이 대통령의 권한 정도를 결정한다. 미국 정치를 보면,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으면 의회를 설득하기 어려워지고 대통령의 정책 추진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업적을 쌓지 못하면 그로 인해 다시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반면에 인기가 높은 대통령은 지지 여론을 무기로 의회를 압박할 수 있다. 의원들은 국민의 지지가 굳건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뒤집어 생각해 보자. 만일 현 정부의 지지도가 현격하게 낮다면 과연 지난 대선에서 득표율을 근거로 정권의 내생적 취약성을 논하지 않을 것이다. 낮은 지지도의 원인이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가 아닌 선거 때 지지도를 논하는 것은 현 정부의 지지도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대통령의 지지도는 상당히 높지만, 그런데도 현 정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상당수 국민이 있다는 지적에서 정부 비판의 논지를 당당하게 시작하는 게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들이 모든 정부 정책에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40%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 42%와 표본오차를 고려하면 차이가 없다. 더욱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정부 입장과 달리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비율이 32%나 된다.(갤럽 8월 5주 조사)

정부에 대한 비판이 국가를 위한 고언(苦言)이라면 국민이 반대하는 이슈를 찾아내 그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래야만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낮은 득표율을 빌미로 정부를 싸잡아 폄훼하기보다 구체적 정책 이슈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때 국민은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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