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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58장 연방대통령 - 13

기사입력 | 2017-09-01 12:06

한시티 교외에 위치한 푸틴의 별장은 벽이 흰 대리석이어서 사람들은 ‘얼음궁전’이라고 부른다. 푸틴은 이 얼음궁전을 사랑해서 틈만 나면 날아와 며칠씩 쉬다가 돌아갔다. 오늘도 푸틴은 얼음궁전에 와 있다. 이번에는 총리 메드베데프와 동행이다. 비공식, 비밀 행차였지만 각국 수뇌부는 푸틴의 동정을 주시하고 있다. 오후 5시 반, 얼음궁전의 응접실에는 푸틴과 서동수, 메드베데프, 김동일까지 넷이 둘러앉았다. 김동일도 오후에 평양에서 날아왔다. 네 사람 앞에 대형 삼성 TV가 펼쳐져 있다. 조금 전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국회의원 62명이 서동수 대통령의 탄핵을 발의하는 장면이 방영된 것이다. TV에서 시선을 뗀 푸틴이 서동수를 보았다. 웃음 띤 얼굴이다.

“각하, 저 사람들은 섹스할 때 입을 딱 다물고 하는 모양이오.”

그때 메드베데프가 피식 웃었다가 다들 심각한 표정인 것을 보고는 바로 정색했다. 푸틴이 말을 이었다.

“정장 차림에 바지 지퍼만 내리고 찌르는 놈들인가?”

모두 숨만 들이켰고 푸틴의 목소리가 응접실을 울렸다.

“위선자들 같으니.”

“…….”

“세계 역사상 오입할 때 한 이야기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일 거요.”

그때 김동일이 나섰다.

“각하, 탄핵시키려고 한 겁니다. 아직 시키지 않았습니다.”

“옳지.”

머리를 끄덕인 푸틴이 서동수를 보았다.

“자,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각하의 계획을 들읍시다.”

푸틴의 방문 목적은 이것이다. 푸틴은 중국과 손잡고 유라시아연방을 공동 운영하느니, 또는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아 연방대통령에 나선다느니 온갖 소문이 떠돌았던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제가 사임하고 여기 있는 김 총리를 대한민국 대통령, 유라시아연방 대통령으로 추천할 겁니다.”

그러고는 서동수가 푸틴과 메드베데프를 향해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후견국이 돼 주십시오.”

그때 푸틴이 입맛을 다셨다.

“각하는 다 뛰어나지만 용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서동수와 김동일이 긴장했고 푸틴의 말이 이어졌다.

“저, 62명의 발기인, 그리고 곧 탄핵안에 서명할 200명쯤 될 반란군을 놔두고 김 총리한테 양보하고 떠난단 말씀이오?”

쓴웃음을 지은 푸틴이 머리를 저었다.

“그건 엄청난 부담을 만들어 김 총리한테 넘기고 도망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 200명은 김 총리의 적이 될 테니까요.”

맞는 말이다. 김동일도 그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을 때 푸틴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번 섹스 스캔들은 각하의 자작극이시지요?”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푸틴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중국, 미국, 일본의 수뇌부는 자작극인 줄 짐작하고 있을 겁니다. 각하께서 용의주도하게 처신하셨지만 각국 정보부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각하, 저는 이미….”

“내일 200명의 명단이 나온 후에 중국 정부에서 서명을 발표할 겁니다.”

푸틴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때까지 기다려 보고 판단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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