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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韓美 ‘연합 작계’

기사입력 | 2017-08-30 14:20


황성준 논설위원

국방부는 지난 28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공세적인 한반도 전쟁 수행 개념’을 정립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방부 소식통에 따르면, 기존의 한·미 연합 작전계획(作戰計劃) 5015를 기반으로 한국군이 주도하는 신(新)작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작계 수립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 연합사령부 해체와 연계돼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버웰 벨, 제임스 서먼 등 전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통해 ‘주한미군 이외의 군사 자산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국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군과 미군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불거지고 있다.

군사용어 ‘작계(Operation Plan·OPLAN)’는 전략과 전술의 중간 범주 개념이다. 전략은 전체 전쟁을 포괄하는 개념인 반면, 전술은 전투를 다루는 개념이다. 그런데 하나의 전쟁이 여러 전구(戰區·Theater)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전구에서의 군사행동(campaign)을 다루는 개념이 필요해지면서 나온 것이 작계다. 미군의 경우, 작계 책임 단위는 6개의 지역 통합전투사령부(Unified Combatant Command·UCC)다. 전쟁이 일어나면 대통령의 직접 명령 혹은 국방장관을 통한 명령에 따라 통합전투사령관이 작계를 수행한다. 합참의장은 직접 작계 지휘 권한이 없으며,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군사 고문 역할을 담당한다. 작계 권한을 하위통합전투사령부(Sub-UCC)에 이양하기도 하는데, 주한미군사령부(USFK)와 주아프가니스탄사령부(USFOR-A)가 대표적이다.

이 점을 알아야 한·미 연합군의 작계를 이해할 수 있다. 작계 5026·작계 5027·작계 5029 등 모두 5로 시작된다. 이는 미 태평양사령부 작계이기 때문이다. 중동을 책임 지역으로 하는 중부사령부의 작계는 1, 유럽사령부의 작계는 4로 시작된다. 그리고 주일미군 사령관은 중장인데, 주한미군 사령관이 대장인 이유는, 주한미군사령부는 하위통합전투사령부 역할을 하지만, 주일미군사령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작계는 5027이었다. 북한군이 전면 남침하면 90일 동안 방어하다가 미 증원군 69만 명이 도착하면 반격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 작계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작계 2012란 용어가 등장했다. 전작권이 전환되는 2012년부터 사용하게 될 작계란 뜻이었다. 작계 5012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태평양사령부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작계 2012가 더 정확하다. 당시 공동(joint) 작계냐 연합(combined) 작계냐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연합 작계는 하나의 사령부가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인 반면, 공동 작계는 두 개의 사령부가 함께 운용하는 작계다. 그러다 전작권 전환이 2015년으로 미뤄지고, 한·미 연합작전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나온 용어가 작계 5015다.

작계 5015의 경우, 용어만 바뀐 것은 아니다. 1991년 걸프전·2001년 아프간전·2003년 이라크전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전 초기 북한 정권과 군의 중추신경망을 무력화하는 ‘효과기반작전(EBO)’과 선제타격 개념 등을 도입했다. 그리고 작계 5027과 달리, 비현실적인 69만 증원군을 기다리지 않고, 주일미군의 항공모함과 전투기, 그리고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 해병대 등을 동원해 즉각 반격에 나서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참수작전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문 정부의‘신작계’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작계 2012 재판이다. 보다 공세적으로 바꾼다고 하지만, 그 본질은 한·미 연합 작계를 폐기하고 한국군 단독 작계 혹은 한·미 공동 작계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미군의 입장은 엇갈린다. 한편에선 우려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차라리 잘됐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이 기회에 한국 방위 임무를 한국군에 넘기고,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 원칙에 따라 동북아 전략군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또, 주한미군사령부의 Sub-UCC 지위를 없애고, 대북 군사작전이 필요하게 되면, 태평양사령부가 주일미군 등을 동원해 독자적으로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하고도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핵을 사용하지 않는 재래전이라면 국군 단독으로 북한군과 싸워 이길 수 있다. 문제는 이기더라도 짧은 종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고가(高價)의 무기는 사용하지 않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 ‘전쟁의 역설’이다. 한·미 연합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싸우기 전에 적의 도발 의지를 억지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동맹과 연합군 체제를 비(非)자주적으로 간주하는 관점 자체가 문제다. 이 논리대로라면 나토(NATO) 회원국은 모두 종속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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