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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장산범’으로 스크린 복귀

“엄마가 엄마 역할 하는 게 당연한 거지요. 전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오랜만에 공포영화를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주인공의 애끊는 모성애 때문에 많이 울었습니다.”

‘원조 스릴러 퀸’ 염정아(45·사진)가 공포영화 ‘장산범’(허정 감독)으로 오랜만에 극장 관객과 만난다. 공포영화로는 그에게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남겼던 ‘장화, 홍련’(2003) 이후 14년 만이다.

17일 개봉하는 ‘장산범’은 올여름 유일한 공포물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 홀리는 전설 속의 괴수 장산범을 소재로, 위험에 빠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기존 공포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매개로 시각보다는 청각에 중점을 뒀다는 것. 염정아가 맡은 희연에게는 5년 전 실종된 아들의 목소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에겐 죽은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포영화지만 희연이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갖고 있고, 또 숲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녀를 향해 지극한 모성애를 쏟는다는 점에서 영화는 공포 이상의 애절한 감성을 보여준다.

염정아는 “‘장화, 홍련’의 새엄마와는 정반대로 이번에는 아이들을 지키려는 엄마라는 점에서 끌린 것 같다. 특히 모성애가 최고조로 드러난 엔딩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염정아는 1991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후 26년간 연기자로 활약했다. 20대엔 화려한 외모의 팜파탈로, 30대엔 코믹 이미지로, 그리고 2006년 결혼과 출산 후에는 성숙한 여배우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변신을 거듭했다.

“요즘 여배우 설 자리가 없다고 한다. 40대 중반인 저로서도 사실 고민이다. 그러나 이렇게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

염정아는 평소 털털하고 격의 없는 태도로 충무로에서 스태프가 사랑하는 배우로 통한다. 정형외과 의사인 남편 허일 씨와 함께 어린이 복지에도 관심을 쏟으며 각종 후원 활동을 계속해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집에 있을 땐 초등학생 남매를 둔 평범한 엄마다. 이제 영화 홍보가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가 아이들 2학기 학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