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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아시아 유일의 음악영화제라는 위상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시민들과도 소통하는 영화제로 키워왔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온 허진호(사진) 감독은 5년간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제13회 제천음악영화제가 10일 충북 제천시 청풍호반 야외무대에서 개막식을 열고, 6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개막식에서는 올해 처음 제정된 제천아시아영화음악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공각기동대’ ‘링’ ‘남극일기’ ‘묵공’ 등의 음악을 만든 일본 음악감독 가와이 겐지(川井憲次)가 이 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일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허 위원장은 “제천영화음악상의 대상자 범위를 국내에서 아시아로 확대하며 반응에 대해 걱정했는데 국내외 영화인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내줘 기분이 좋다”며 “또 올해 영화제에 해외 게스트들이 많이 참여했으며 국내 감독과 배우들도 많이 와줘서 영화제가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아시아로 방향을 잡고, 아시아 각국 영화인들에게 영화제에 대해 더 많이 알릴 계획”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마켓으로 연결돼 아시아 음악영화는 제천에서 다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대인 107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허 위원장에게 “규모를 계속 키워갈 계획이냐”고 말을 건네자 “처음 집행위원장이 된 후 규모를 키울 것인지 아니면 기존 규모로 내실을 공고히 할 것인지 고민했다”며 “13만 명이 사는 지역 특성에 맞는 규모로 타 영화제와 차별화된 알찬 영화제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허 위원장은 또 제천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시민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듣고, 마을을 돌며 영화를 상영하는 ‘찾아가는 영화제’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사회와 함께 발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감독이 영화제 위원장을 맡아 얻는 득과 실’을 묻는 질문에 “창작자로서 방해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혼자 일해오다가 영화제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며 안정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한 허 위원장은 절제미를 살린 감성적인 멜로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덕혜옹주’로 흥행 성공을 거둔 그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고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에 관한 영화를 구상 중”이라며 “소설 ‘설계자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먼저 만들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제천 = 글·사진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