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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5) 57장 갑남을녀 - 18

기사입력 | 2017-08-10 07:37

“어쩔 수 없습니다.”

레빈스키가 흐린 눈동자로 아베를 보았다. 크램프 대통령의 안보수석 레빈스키는 어젯밤 비밀리에 도쿄로 날아왔다. 오전 9시 10분, 아베는 총리관저로 레빈스키를 부르지 않고 근처의 안가로 옮겨가 극비 회동을 하는 중이다. 배석자는 일본 측에만 거물이 모여 있다. 부총리 아소와 관방장관 스가, 그리고 총리실 부속정보실장 도쿠가와다. 레빈스키는 크램프의 특사인 것이다. 레빈스키가 말을 이었다.

“유라시아 연방 대통령으로 시진핑이나 푸틴이 취임하는 상황이 되면 곤란하지요. 그렇다고 총리께서 나서실 수는 없고 말씀입니다.”

아베가 쓴웃음만 지었을 때 아소가 헛기침을 했다.

“서동수는 극력 사양하고 있던데 그것이 진심 같단 말이오, 레빈스키 씨.”

“부총리께선 서동수의 스타일을 아실 것 같은데요.”

레빈스키가 웃음 띤 얼굴로 아소를 보았다. 그들은 지금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극비회동인 것이다.

“서동수는 분위기를 띄우고 나서 놔두는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남북한연방 대통령까지 되었지요.”

“그리고 이제는 유라시아의 지도자가 된단 말인가?”

아베가 혼잣소리처럼 말했고 방 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레빈스키는 유라시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전달’하려고 온 것이다. 전달이라고 했지만 통보나 다름없다. 지난달 아베가 미국과 보조를 맞출 테니 ‘입장’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레빈스키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한 발짝 뒤로 빠질 테니까 일본이 대한민국을 유라시아 중심국으로 적극 추천하세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대한민국을 지지할 것입니다. 인도까지 말입니다.”

이것은 미국이 이미 손을 다 써놓았다는 말이었다. 레빈스키가 아베와 아소, 스가까지를 차례로 보았다.

“이번 유라시아 연방의 탄생으로 대륙세력으로 급격하게 부상했던 중국이 견제를 받게 된 셈이지요. 이것은 바로 시대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말이 길어지자 아소가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베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레빈스키를 주시했다. 그러더니 레빈스키가 잠깐 숨을 돌렸을 때 입을 열었다.

“중국의 일부 기관이나 언론 매체에서는 물론 비공식 발표이긴 하지만 중국이 ‘유라시아의 중심’이 되지 않을 바에는 연방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세를 모아가고 있습니다. 아시지요?”

“압니다.”

머리를 끄덕인 레빈스키가 코웃음부터 치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땐 중국이 다시 청(淸)나라 말기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것을 시진핑도 잘 알 겁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까요?”

지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붙이고 앉아 있다 아소가 불쑥 물었다.

“유라시아 연방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때는…….”

이번에는 머리를 기울였던 레빈스키가 똑바로 아소를 보았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본토가 외세의 식민지가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지난번 대마도 경우와는 달리 경제로 뒤덮고 나서 자연스럽게 동화시켜 나갈 테니까요. 일본은 남북한으로 분단되어서 70여 년간 전쟁 준비를 해왔던 대한민국을 당해낼 수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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