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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8) 57장 갑남을녀 - 11

기사입력 | 2017-08-01 09:53

식당을 나온 둘이 들어간 곳은 한랜드식 ‘카페’다. 안쪽에 무대가 있고 춤을 추는 공간에 밀실까지 갖춰져 있는데 오늘도 손님이 가득 차 있다. 이성갑은 오복수를 따라 한 번 와본 경험이 있어서 밀실로 들어가 보드카를 시켰다.

“오늘 월급 탔다면서 무리하지 마.”

윤정혜가 밀실 안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내 욕구 해소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극받은 거지?”

“응, 맞아.”

밀실 문을 닫자 곧 방 안이 조용해지면서 둘이 서로를 보았다. 정신이 든 것처럼 둘의 얼굴이 차분해졌다. 그때 윤정혜가 말했다.

“그래, 내가 의도적으로 그랬어.”

“넌 매력적이야.”

“섹스하기 전에는 다 그렇게 보인다고 하더라.”

“여자는 안 그래?”

“여자도 마찬가지야.”

“나, 참을성이 강한 편이야. 안 해도 돼.”

“참을성이 강하면 길겠구나?”

“뭐가?”

“그거.”

그때 이성갑이 머리를 젖히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

“나, 참, 별걸 다 물어보는 여자 만났네. 너, 참 재밌다.”

“매력적이라면서?”

그때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갖다놓고 돌아갔다. 밤 10시가 되어가고 있다. 한시티의 밤이다. 윤정혜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난 서둘지 않아. 언젠가 기회가 올 테니까.”

“며칠 전 헤어지자던 여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

이성갑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다시 만나자는 의도 같았는데 내가 끊었어. 그런데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더란 말이야.”

“여기 와서 달라졌단 말이야?”

“직장을 잡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어, 나는.”

술잔을 든 윤정혜가 지그시 이성갑을 보았다.

“이 도시의 활력이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거야.”

“잠재력을 끌어낸다고 우리 사장이 그러던데.”

“맞아.”

“어때? 오늘 내 아파트에 가지 않을래? 내 아파트 첫 여자 손님으로 초대하는 거야.”

“생각해보고.”

술잔을 든 윤정혜가 눈웃음을 쳤다.

“참 쉽게도 유혹한다.”

“나, 이렇게 말이 술술 나온 건 첨이야.”

“한랜드 핑계가 또 늘었군.”

보드카를 한모금 삼킨 윤정혜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그럼 마시다 만 술을 가져가자.”

“좋지.”

“세 시간 전에 만나 같이 집에 가다니. 아무리 한랜드라고 해도 너무하네.”

“뭐, 우리가 특별한 인간이냐?”

자리에서 일어난 이성갑이 정색하고 윤정혜를 보았다.

“보통 사람이야. 너무 이유 붙이지 마.”

“그럼 키스부터 한 번 해봐.”

따라 일어선 윤정혜가 한 걸음 다가서더니 턱을 조금 내밀었다. 눈이 반쯤 감겼고 술기운이 오른 얼굴이 요염했다. 다가선 이성갑이 두 손으로 윤정혜의 볼을 가볍게 감싸 안고 정성스럽게 입을 맞췄다. 곧 윤정혜의 입이 열리면서 달콤하고 말랑한 혀가 빠져나왔다. 이성갑은 감동했다. 이건 특별한 입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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