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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 57장 갑남을녀 - 10

기사입력 | 2017-07-29 09:25

“유라시아연방을 어떻게 생각해요?”

소주를 삼킨 윤정혜가 물었다. 얼굴이 조금 붉어졌고 습기가 밴 눈이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이성갑이 홀린 듯한 시선을 주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 올 때까지는 신경도 안 썼는데, 직장 잡느라고 말이오.”

“나도 그랬어요.”

“그런데 딱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니까 유라시아연방, 서동수 대통령이 귀에 들어오고 눈에 보이더만요.”

“거봐, 나하고 같네.”

윤정혜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자, 그럼 감상을 말해봐요.”

“내가 팬클럽에 가입했어요. ‘한랜드클럽’ 알아요?”

오복수가 권해서 가입한 서동수 팬클럽이다. 그때 윤정혜가 머리를 끄덕였다.

“알아요. 서동수 대통령 팬이 되었군요.”

“이제야 유라시아를 알게 된 것이죠.”

이성갑이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면 날 이곳까지 오게 만든 것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새바람 때문이었죠.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깨닫게 되더라니까요.”

“그렇죠.”

윤정혜가 지그시 이성갑을 보았다.

“우리 말 놓을까요?”

“좋죠.”

“그럼 내가 먼저 놓을게. 됐지?”

“그럼.”

술병을 든 윤정혜가 이성갑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물었다.

“만나는 여자가 왜 없는 거야?”

“헤어졌어.”

“나도 그래.”

“우린 같은 점이 많구나.”

한 모금 소주를 삼킨 이성갑은 문득 자신이 변했다는 느낌을 또 받는다. 전에는 이렇게 자신감과 기대에 벅찬 적이 없었다. 그때 윤정혜가 말했다.

“난 결혼했다가 1년 만에 이혼했어. 물론 아이는 없고.”

“…….”

“남자라는 작자가 우유부단해서 옛 여자하고 관계를 끊지 못하더라고.”

윤정혜가 제 잔에 술을 따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이혼하고 바로 한랜드로 온 거야.”

“멋지다.”

불쑥 말한 이성갑이 눈을 가늘게 뜨고 윤정혜를 보았다.

“그런 말 안 해도 되는데 탁 털어놓는 네가 말이야.”

“그런 거 숨길 것 있어? 내 지난 남자관계를 말해준 건데.”

“난 직장 없고 우유부단하다고 차였어.”

“저런.”

한 모금 술을 삼킨 윤정혜가 웃었다.

“여기도 우유부단한 남자가 있네.”

“이렇게 인생이 이어지는 건가 봐.”

“나하고 있고 싶어?”

“응, 네 인상이 좋아.”

“나도 그래. 아까 식당에 들어오면서 널 본 순간에 느꼈어.”

“고맙다.”

감동한 이성갑이 길게 숨을 뱉었다.

“이 세상이 다 고맙구나.”

“어이구.”

윤정혜가 이성갑의 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여기 온 지 한 달 되었다면서?”

“응.”

“그럼 생리적 욕구는 어떻게 해결한 거야? 클럽에 가봤어?”

“아니.”

머리부터 저은 이성갑이 얼굴을 붉혔다. 그것을 본 윤정혜가 짧게 웃었다.

“아유, 얼굴 빨개지는 것 좀 봐. 난 자위로 풀었어,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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