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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 청문회의 본래 취지는 각료 후보자의 능력 검증과 비전, 국가관의 확인일 것이다. 무능력한 비전문가가 권력자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관이 되거나, 국가 이념을 부정하는 사람이 고위 관료가 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청문회 제도는 도입 직후부터, 후보자의 신상 털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마치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파헤쳐서 망신을 주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처럼 돼버렸다. 여러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치면서 패가망신하게 되자, “꽃가마인 줄 알았더니, 꽃상여였구나” 하는 말도 생겨났다.

언론 매체는 후보자의 사생활을 샅샅이 조사해서 공개하고, 호기심 많은 독자들은 그런 폭로 기사를 원한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인격살인과 명예훼손도 일어나며, 후보자의 자녀들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 집안이 풍비박산 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그 후보자의 가족은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심리적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그 순간 부모는 자식의 삶에 간섭할 아무런 권한도 없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40대 중년의 아들이라도 군대에 안 갔으면 그건 여전히 60대 아버지의 책임이다. 외국인들은 그러한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외국에는 없는 연좌제가 우리나라에는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아버지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죄수인데도 경찰관으로 임용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같으면 아마 신원 조회에서 탈락할 것이다.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주로 후보자의 능력과 비전을 검증한다. 미국 대학에 있을 때, 한번은 어느 교수가 정부 일을 하게 돼 의회 청문회 대상이 됐다. 그런데 사전에 인사 담당관들이 찾아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묻고 철저히 조사한 다음, 문제가 발견되자 아예 청문회에 나가기 전에 차단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때 드러난 그 사람의 과거 잘못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우리의 청문회 시스템은 ‘인재를 차단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실 그 어느 품위 있는 인재가 관직에 연연해 가문의 망신을 감수하려 하겠는가? 인재는 삼고초려 해서라도 불러와야 한다. 만일 제갈공명에게 청문회에 나오라고 했다면, 유비는 결코 천하의 재사인 공명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제갈공명이 지금 한국에 살고 있어서 청문회에 출두했다면, 공명조차도 우리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꽃미남이었던 그가 남녀 문제로 삼각관계 스캔들이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갈공명 없는 유비는 무력한 존재라는 데 있다.

무릇, 지도자는 자기는 부족하더라도, 자기 밑에는 뛰어난 브레인을 불러 모아야 한다. 유방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소하와 장량과 한신을 중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라 살림은 소하만 못했고, 전략은 장량만 못했으며, 전투는 한신만 못했다.”

그런데 우리의 지도자들은 자기 주위에 인재들을 불러 모으지 않았고, 그 결과 무능력한 사람들이 보필을 잘 못해 길을 잘못 들거나, 심지어는 낙마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재 대신 측근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그 지도자의 실패는 필연적이다. 전문가를 기용하지 않고 아마추어 측근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도, 그 지도자는 실패하게 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유방에게 죽음을 당할 처지에 몰린 한신의 탄식을 인용해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兎死狗烹·토사구팽)고 했다. 한신의 입장에서는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내친다”는 뜻이겠지만, 유방의 입장에서는 “천하를 얻은 다음에는 측근 공신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는 뜻도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인재를 원하면, 큰 장점을 보고 작은 결점은 눈감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왕이, 공자의 친척에게 부탁해 장수를 한 사람 천거 받았는데, 그 장수가 지방관일 때 뇌물을 받았다는 투서가 들어왔다. 왕이 왜 그런 사람을 천거했느냐고 나무라자, 공자의 친척은 “왕이시여, 훌륭한 목수는 옹이가 박혔다고 해서 좋은 목재를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 부분을 도려내고 사용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왕은 그 장수를 임명했는데, 나중에 전쟁이 나자 그 장수가 왕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쳤다. 만일 한 가지 결함 때문에 그 장수를 중용하지 않았으면, 왕은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자가 발견되면, 아무리 좋은 목재라도 가차 없이 내치고 버린다.

물론 능력과 자질 검증은 필요하다. 다만,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는 것보다는, 그 후보자가 미래에 나라를 위해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검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능력자나 국가 기본 체제를 부정하는 사람이 장관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런 자격을 검증하는 일보다는, 후보자를 망신시켜 인재의 등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가문의 몰락이 뻔한데, 인재가 모여들 리 있겠는가.

인재가 발굴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있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다. 청문회가 능력·자질 검증 자리로 변해서, 제갈공명 같은 뛰어난 인재들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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