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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작권 전환을 환영하는 이유

기사입력 | 2017-07-05 11:43


황성준 논설위원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군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결정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로써 미국이 한국 방위를 책임져야 했던 현행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근본적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2014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합의에 따르면,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 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한국군이 사령관을,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사령부(가칭)가 창설되게 된다. 물론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사령부가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상군 작전은 한국군이 담당하더라도, 해·공군 작전은 계속 미군 통제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을 국가 자존심 회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은 미국이 원하던 바이며, 또 아시아 방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전작권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2004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계획에 따라 미군 주둔지는 전력투사기지(PPH), 주요작전기지(MOB), 전진작전지점(FOS), 안보협력대상지역(CSC) 등 4단계로 재정리되고, 해외주둔 미군은 세계 어디서든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 배치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는 ‘붙박이 군’이 아니라, ‘동북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된다. 즉, 단순 대북 억지력을 넘어 대중(對中) 견제력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휴전선 부근에 주둔하던 미 제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인계철선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강력히 반대했다. 주한미군이 중국과의 분쟁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당시 한·미 양국은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고,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으로 한반도 안보 위협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일단 봉합했다.

‘한반도 방어의 한국화’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해양전략사상가 앨프리드 머핸에서 ‘냉전의 설계자’ 조지 케넌으로 이어지는 미 대전략가들의 아시아 방위전략은 ‘역외 해양 전략(offshore maritime strategy)’으로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가급적 지상전을 피하고 해·공군 위주로 대륙세력을 막겠다는 것이다. 핵 중심 방어전략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뉴룩(New Look)’도, 리처드 닉슨과 헨리 키신저의 ‘베트남 방어의 베트남화’도 같은 맥락에서 도출된 것이다. 한반도를 미 방위선에서 제외한 ‘애치슨 라인’도 이 같은 전략에 기초한 것이었다.

현재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작전계획 5027’에 따라 100일 이내에 미군 65만 명이 투입되게 돼 있다. 그러나 병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미군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지 못하다. 65만 명 투입은 전시동원체제로 전환, 주 방위군과 예비군을 동원해야 겨우 가능하다. 이에 미군은 지상 전투는 한국군이 담당하는 것을 골자로 작전계획을 변경하려고 노력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서니, 고마운 것이다.

지난달 28일 미 상원은 미 군함이 가오슝(高雄) 등 대만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허용하는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했다. 이것이 실현되면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미 군함이 대만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29일 미 국무부는 대만에 대한 14억2000만 달러 규모 무기 수출 계획을 승인했다. 또 2일엔 남중국해에서 ‘자유항해작전’을 전개했다. 중국도 만만찮다. 일단 미국을 제1 도련선 밖으로 몰아낸 뒤 차츰 제2 도련선까지 진출한다는 전략 목표하에, 지대함 미사일 등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력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북 억지력으로 묶여 있던 주한미군의 활용이 자유롭게 되는 것은 중국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막대한 국방예산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국방부는 내년 국방예산을 8.4% 증가한 43조7114원으로 편성했으며, 향후 5년간 78조 원이 넘는 방위력 개선비가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에 투입된다. 그리고 미군 공백을 메우기 위한 육군 병력 증가도 필요하게 됐다. 또 ‘대한민국의 연합방위 주도’란 미사여구도 잘 살펴봐야 한다. 2020년대 초반에나 군사위성을 임대로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군사주권 행사가 가능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완전한 자주국방을 할 수 없어 동맹이 필요하다는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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