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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 개봉 이틀앞두고 시사회

이야기 흐름 매끄럽지 않고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 부족

김수현 1인 다역연기 ‘섬세’
설리는 과감한 노출신 소화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배우 김수현의 스크린 복귀작 ‘리얼’(사진)은 복잡한 제작 과정만큼 내용도 난해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2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초 촬영을 시작해 6개월 만에 크랭크 업 한 이 영화는 후반 작업 등 1년 동안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개봉(28일)을 이틀 앞두고 부랴부랴 시사회를 열었다. 한국 영화는 개봉 2주 전쯤 시사회를 연 후 감독, 배우들이 인터뷰에 나서며 입소문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사 측은 시사회가 늦어진 이유를 “컴퓨터그래픽(CG) 작업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시나리오까지 쓴 이정섭 감독이 촬영을 마친 후 하차했고, 김수현의 이종사촌 형으로 알려진 제작사 코브픽쳐스의 이사랑 대표가 감독 대타로 나선 걸로 볼 때 제작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영화의 만듦새로 확인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해리성 장애로 자신의 몸에 2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카지노 사업가 장태영(김수현)이 자신의 삶을 복제한 투자자와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야기의 틀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밑도 끝도 없는 산만한 내용이 이어지며 배가 산으로 가고 만다. 미술과 액션 등 화려한 장치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이마저도 혼란스럽게 다가온다. 이에 대해 이사랑 감독은 “기존의 익숙한 장르와 스토리에서 벗어나 신선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말로 미뤄볼 때 지나치게 ‘새로움’에 욕심을 내다가 ‘기본’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성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의 90% 이상을 책임진 김수현은 1인 다역 연기를 섬세하게 펼쳤고, 장태영의 연인 송유화 역을 맡은 최진리(설리)도 파격적인 노출신과 베드신 등 난이도 높은 장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김수현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이 내 20대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지금껏 받아본 대본 중 가장 무서운 대본이었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잠도 못 잘 정도여서 도전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진리도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성취감을 얻게 됐다”며 “내가 이렇게 무엇에 대해 욕심을 내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에 욕심을 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