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스타 잘못하면 지지 철회 행동
연예인도 루머 돌때 적극 해명

스타와 팬 사이의 전통적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해 거의 맹목적으로 헌신했다면 최근엔 비난과 비판은 물론 압력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하루아침에 지지를 철회하고 ‘단체행동’으로까지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걸그룹 AOA의 초아는 지난 22일과 23일, 연달아 불거진 탈퇴설과 열애설로 홍역을 치렀다. 그는 탈퇴설에 대한 팬들의 해명 요구에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약도 먹어보고 2년 전부터 스케줄을 점점 줄여왔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결국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때마침 전해진 열애설에 대해서도 “저는 임신도 하지 않았고 낙태도 하지 않았고 결혼을 하기 위해 탈퇴하는 것도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평소 사생활 공개에 소극적이던 초아가 직접 설명에 나선 이유는 하나다. 자신을 바라보는 네티즌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보이콧 등의 단체행동으로 옮아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AOA 갤러리 팬들은 이런 해명을 선뜻 수긍하지 않고 있다.

슈퍼주니어의 성민과 H.O.T의 문희준은 아예 팬들로부터 ‘지지 철회’라는 통보를 받았다. 디시인사이드의 슈퍼주니어 갤러리 팬들은 10일 “더는 팬을 기만하는 성민을 지켜볼 수 없다”며 ‘퇴출’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민이 2014년 9월 결혼 소식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는 팬을 무시하는 등 소통이 없었음을 퇴출의 이유로 꼽았다. 올가을 컴백을 준비 중인 슈퍼주니어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슈퍼주니어 측은 “팬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간담회를 열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요즘 소비자들은 구매하는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만을 제기하지 않나. 단적으로 대중문화 소비자의 패턴이 달라진 것”이라며 “예전엔 맹목적이었으나 지금은 매우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 이는 능동적 소비이며, 결국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소비 형태, 즉 팬들의 단체행동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에는 199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 아이돌 그룹 H.O.T의 문희준에 대한 팬들의 지지 철회 성명서가 온라인상에 나돌았다. H.O.T 갤러리의 팬들은 문희준이 팬을 대하는 태도, 무성의한 콘서트 품질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문희준은 SNS를 통해 “한결같이 저를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 여러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것 같아 송구스럽기만 하다”고 사과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1990년대부터 팬클럽 활동이 있었고 이젠 그들의 응집력이 세졌다. 특히 SNS가 활성화된 이후 팬들이 모여 논의를 하기도 쉬워진 점도 있다”면서 “이에 따라 스타들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가만히 있는 게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일이 많아졌다. 명예훼손 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