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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54장 황제의 꿈 - 20

기사입력 | 2017-05-19 09:00

“전에 시 주석이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하선옥이 서동수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한시티 북쪽의 장관 별장 안, 결혼식을 마친 서동수 부부는 이곳에서 이틀째 쉬고 있다. 앞쪽에 앉은 하선옥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오전 9시, 응접실 창밖으로 눈에 덮인 동토가 펼쳐져 있다.

“처음부터 백제, 고구려, 신라가 중국 대륙에 존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한민족은 대륙인이었고 그때의 한반도는 대륙의 일부였을 뿐이죠.”

커피잔을 든 서동수가 지그시 하선옥을 보았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하선옥이 손으로 가운 깃을 여몄다. 가운의 깃이 벌어져 가슴이 조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럼 한반도의 3국은 어떻게 된 거야? 아예 없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는군요. 고려 시대부터 한민족인 우리가 한반도에서 역사를 형성했다네요. 그전의 역사는 중국과 일본이 모두 개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엄청나군.”

“엄청난 조작이죠.”

“그게 가능해?”

“가능해요.”

다시 가운 깃을 여미면서 서동수에게 눈을 흘긴 하선옥이 말을 이었다.

“근세에 들어와서도 일본이 역사를 위조한 자료가 그 증거 중 하나예요.”

하선옥의 열띤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은 대마도를 우리가 수복했지만 일본은 한일 병합을 하고 나서 바로 대마도가 한국령이라는 증거 말살 작업을 시작했죠. 그 기록이 다 나와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중국은 그야말로 수천 년 동안 한반도를 압박한 대국이었죠. 고려 시대에 3국 역사를 끼워 넣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 시 주석이 옛날에 한반도도 중국의 일부였다고 한 건가?”

그러자 하선옥이 웃었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환해진 것 같다.

“그걸 알고 그랬을 수도 있죠.”

“실수로 말인가?”

하선옥이 대답 대신 한 모금 커피를 삼켰다. 중국은 이번의 ‘역사논쟁’을 무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명한 대처다. 만일 적극적으로 제지한다면 논쟁은 더 격렬해지고 역효과가 날 것이었다. 그때 하선옥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번 ‘역사논쟁’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운동이죠. 그것을 중국 정부도 알고 있거든요. 이것이 바로 민의(民意)니까요.”

“이제 매일 밤 나한테 민의를 전달해주는 마누라가 생겼군.”

“귀찮도록 전해드릴 거예요.”

하선옥이 눈웃음을 치자 서동수가 지그시 시선을 주었다.

“아침에 마음 놓고 바라보는 건 처음이군.”

“그런가요?”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또 하고 싶어.”

“정말요? 나도 그런데.”

“마누라가 된 지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 부끄러움이 벌써 없어졌구먼.”

“진짜 하고 싶어요, 내 집에서. 내 남편이 된 당신하고, 밝은 아침에.”

“이제 왕이 부럽지 않군.”

“왕이 뭐예요?”

눈을 흘긴 하선옥이 몸을 일으키더니 옆으로 다가와 붙어 앉았다. 서동수의 허리를 감아 안은 하선옥이 머리를 어깨에 기대면서 말했다.

“당신은 한민족의 꿈을 이루고 있어요. 아니, 꿈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요.”

그때 서동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지, 한민족 황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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