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 바르셀로나·마드리드
15세기부터 골 깊은 지역 감정
바르셀로나 주장 맡았던 피구
마드리드로 이적 적대감 증폭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는 ‘엘 클라시코’는 더 클래식, 즉 전통의 승부라는 뜻이다. 축구는 물론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팽팽하게 전개되는 라이벌전이다.

24일 오전(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명인열전’ 마스터스의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의 시축으로 시작됐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8만1044명.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의 좌석 수는 8만1044개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엘 클라시코의 공식 티켓 가격은 90∼325유로(약 11만∼39만 원)이고, 암표는 800유로(97만 원)에 이르지만 항상 표를 구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1997년부터 2014년까지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카를레스 푸욜은 그리스 이민국이 주최한 ‘축구 가족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그리스의 테살로니키를 찾아 1000여 명의 난민과 함께 대형 스크린으로 엘 클라시코를 지켜봤다.

엘 클라시코는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두 팀의 연고지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극심한 지역감정이 그것.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와 제2의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15세기 무렵부터 경쟁을 펼쳐왔다. 마드리드는 권력의 중심인 카스티야 지방의 대표도시였고, 스페인 서부의 항구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부의 중심지인 카탈루냐 지방의 거점이다. 권력 중심지인 카스티야가 카탈루냐를 박해했고, 부를 쥐고 있던 카탈루냐는 이에 반발해왔다. 1938년 정권을 잡은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카탈루냐를 억압하면서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분리 독립에 대한 요구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두 지역의 자존심을 건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프랑코 정권은 레알 마드리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바르셀로나를 압박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티에리 앙리(프랑스)는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루이스 엔리케(스페인) 바르셀로나 감독과 지네딘 지단(프랑스)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선수 시절 양 팀의 간판스타였다. 둘은 선수 시절 2001∼2002시즌부터 2003∼2004시즌까지 8번 맞붙었다. 지단 감독이 3승 4무 1패로 앞섰지만, 2014∼2015시즌부터 사령탑이 돼 맞붙은 6경기에선 엔리케 감독이 3승 1무 2패로 역전했다.

두 팀 사이에 벌어진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루이스 피구(포르투갈)의 이적. 피구는 1995년 7월부터 2000년 7월까지 바르셀로나에서 주장까지 맡다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다. 피구의 이적에 분노한 바르셀로나 팬들은 거리 곳곳에서 피구의 사진을 불태웠다. 엘 클라시코를 치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은 피구에게 술병과 돼지 머리를 던지기도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