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땐 동정론에 보수층 결집
親朴-反朴 대결 땐 舊야권 유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4번째로 검찰에 출두, 조사를 받은 21일 각 대선 주자들의 눈과 귀는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동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와 구속 여부, 처벌 수위 등이 이날로 49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속해 있는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만이 ‘불구속 수사’를 공개적으로 촉구했을 뿐 대부분의 대선주자는 한목소리로 ‘법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속내는 복잡한 듯했다.

각 대선주자 측은 우선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며 단 두 줄짜리 입장을 낸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당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언급, ‘탄핵 불복’ 논란을 낳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원칙적인 수준의 언급만 내놨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검찰과 여론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박 전 대통령 측의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구야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 측 이철희 의원은 이날 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기를 다 마치고 정상적으로 퇴임한 대통령들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고, 현직 대통령도 영향을 미치면 안 되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라며 “탄핵 되신 분이 대선에 영향을 끼치겠다고 하면 그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니까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언제든 대선판을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동정론이 일면서 전통적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정면으로 맞설 경우 그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야권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선판이 ‘친박 대 반박(반박근혜)’의 대결 구도로 재편될 경우 구야권에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없다면 대연정과 국민통합을 내건 안 지사, ‘통합’과 ‘치유’ 메시지에 주력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제3지대의 입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