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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11일만에 ‘29자 유감’… 혐의부인 긴 메시지는 자제

민병기 기자 | 2017-03-21 11:39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檢 앞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朴 ‘두 문장 입장표명’ 왜

파면후 첫 육성 6초간 밝혀
‘대국민 메시지’ 예고와 달리
‘송구·성실히’ 모범답안 그쳐

강한 반박땐 역풍 우려한 듯
정치 해석·수사 영향도 고려
‘구체적 사과는 없어’ 지적도


21일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는 단 두 문장만 내놓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불과 6초 동안 ‘29자’의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12일 청와대 퇴거 이후 첫 대국민 육성 메시지를 내놓는 자리인 만큼 보다 긴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다르다. 이는 여론의 향배와 검찰 수사 등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어떤 식이든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고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계속되는 논란과 갈등에 대해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일원인 손범규 변호사가 20일 박 전 대통령이 준비한 메시지가 있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공지해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과 검찰 수사 등에 대한 소회를 처음으로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할 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메시지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신 전한 만큼 검찰청사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육성으로 어떤 식이든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 같은 관측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내놓은 것은, 큰 논란을 일으키고 공개 소환된 피의자들이 검찰청사 앞에서 내놓는 ‘모범답안’ 멘트와 같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핵심 단어인 ‘송구’와 ‘성실함’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지 애매하다”며 “결국 박 전 대통령은 메시지를 하나도 내놓지 않은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한 새누리당 전직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당 대표나 대통령 때도 ‘강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예고 뒤 실제 메시지는 ‘뻔한’ 이야기를 한 적이 많았다”며 “또다시 여론과 동떨어진 판단이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변수를 고려해 결국 ‘평범한 수’를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무고하다는 입장을 너무 강조할 경우 여론의 역풍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검찰 소환을 앞두고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채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든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고 ‘선의’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만큼 아예 해석의 여지가 없는 말만 내놓았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머리를 숙이고 사과해 동정론을 일으켜 구속을 피하겠다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관측과 아예 헌재 결정과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끌고 가 대선 국면에서 진영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왔는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둘 모두 피하고 싶은 ‘그림’이었다는 분석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치인’과 ‘피의자’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피의자의 입장을 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정치인으로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아 ‘판’을 뒤흔들 수도 있지만 검찰 수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피의자의 위치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헌재의 파면 결정에 불복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은 뒤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해 순순히 검찰 조사에 응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상황에서 혐의 인정 여부를 떠나 국정 혼란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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